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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는 직분상 웬만해선 무슨 일이든 거절을 못합니다.
나는 아예 거절할 의지가 없지만 옆지기는 사정상 거절을 했다가도 결국은 승낙을 합니다.

얼마 전 치과에 다녀온 옆지기가 치아를 교정하기로 했답니다.
"아니 은퇴를 앞둔 다 늙은 나이에 왜?"
"얼마나 더 살겠다고 그 불편함을 감수해?"
"무엇보다 먼저, 꼭 해야만 하는 거래?"
"치아 교정은 사치 품목이라 보험도 안된다며?"
그의 한마디에 나의 질문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내 질문을 듣던 그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게 괜히 한다고 했나?"
"내 치아의 문제에 대해 너무 열심히 설명을 하니 거절을 못하겠더라고!"
"하지 말아야 하나?"
"그래도 이미 한다고 했으니 해야지 뭐!"
그리곤 이내 내 시선을 피해 버렸습니다.

그의 치아 배열이 너무 뒤죽박죽이어서 서로 밀고 밀리기에 보기에도 안 좋고,
자꾸 약해져서 부서지는 것이 문제이기 때문이랍니다.
돌아가신 어머님의 한갑 즈음에 전체 틀니를 할 만큼 가족력이 있으니 더 이상 반대는 못했고,
외모만의 문제였다면 강제로 말렸을 텐데 건강상의 문제라니 더 이상 말리지 못했습니다.
요즘엔 투명한 플라스틱 같은 것으로 두 주에 한 번씩 틀을 짜서 조여주며 교정을 한답니다.
보기엔 변화가 없는 듯하지만 그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한다고 희망을 가지니 다행입니다.
그리고 예쁘고 건강한 치아를 주신 울 부모님께 감사했습니다.

내가 요즘 읽으면서 인간관계를 재 정립 중인 책의 마지막 꼭지에 있는 말입니다.
"우리는 아무것도 늦지 않았다" 286쪽
"'늦은 일'은 없다. 망설이는 사이에도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287쪽  
유은정의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 중에서...


치과의사는 아니지만 집에 있는 식물들로 교정 놀이를 합니다.
내가 그렇게 심지는 않았을 텐데 다육이가 편안하게 누워서 자라고 있습니다.
그냥 놔두려다가 참지 못하고 가지치기를 하고 꼿꼿이 세우는 교정을 시작했습니다.
다육이 너도 거절할 의지가 없는 걸로~

빛을 향한 오키드난도 조금 우아하게 교정해 주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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