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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흔히 부부가 서로 맞지 않는 것을 빗대어 로또 부부라고 한답니다.
부부가 서로 잘 맞는 것이 로또 당첨되는 것처럼 어려운 걸 빗대어 말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의 모든 부부처럼 우리 부부도 그랬습니다.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생활 습관이 다릅니다.
나는 물건이 정리되어야 안정이 되지만,
그는 정리되면 많이 불안해합니다.
보이지 않으면 찾을 수가 없다나 뭐라나...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식습관이 다릅니다.
나는 미식가는 아니어도 식사가 나름 중요한데,
그의 식사는 그냥 한 끼 때우는 것이기에 비싼 식당에 가는 걸 몹시 불편해합니다.
무엇보다도 살아온 환경이 다르니 그렇게 소비 성향이 다릅니다.
부모를 일찍 여의긴 했지만 언니들의 사랑과 보호로 부족함 없이 살아온 나와,
옆지기의 어린 시절 자식 교육을 위해 그를 조부모에게 맡기고 사업을 하셨기에 절약하는 조부모밑에서 성장한 그는 자신을 위해서는 일전도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 천성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우린 여행을 해도 짠내 나는 여행, 식당엘 가도 일주일치를 한 끼에 먹는다는 툴툴거림을 들어야 했습니다.
함께 40여 년을 살다 보니 나도 살짝 그의 틀을 따라가긴 하지만,
우리보다는 나은 경제적 혜택을 누리는 자녀들의 삶 속에서 나는 불편하지만 숨통을 트이는 중입니다.
지금은 황혼육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각자 생황하는 중이지만,
지금같이 주말에 혼자서 뉴욕으로 떠날 땐 내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서 자유함을 누립니다.
때론 비싸게 때론 저렴하게 그냥 즐길 수 있어서 그것도 특혜입니다.
여전히 그는 한국 집에서 절약하며 매 끼니를 때우는 중입니다만...
부부는 오래 살아 서로 닮아가는 듯하나 절대 같을 수 없는 존재입니다.
좋으면 좋은 대로 싫으면 싫은 대로...
아침에 엄마 아빠 출근 후 커피를 텀블러에 담아 동네 한 바퀴를 돌다가 힘겹게 걷는 노부부를 만났습니다.
이안이가 스마일을 드리니 워커를 이용해 걷던 할머니가,
"I wish I were you~" 라며 슬픈 미소로 답하십니다.
* 이유식
절약 겸 정성 담아 이안이의 이유식을 내가 만들어 먹이고 싶었는데 돌을 맞이하자마자 지난주에 이안이의 일주일분 음식이 드라이아이스에 쌓여 배달되었습니다.
핑거푸드라지만 내가 보기엔 불쌍한데...
영양학적으로 연구를 했다지만 짭짤한 것이 맘에 들지 않았는데...
아기들이 먹을 수 있는 만큼의 염분이 들어갔다나 뭐라나...
일단 먹여는 보겠으나 밀가루보다 밥을 먹이고 싶으니 내가 만드는 이유식도 한 끼 정도는 먹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조만간 이것도 양보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하나씩 양보하다 보면 이안이 곁을 떠날 때가 올듯합니다.
* 신발
이제 겨우 물건 붙잡고 걷기 시작하는 이안이에게 편한 헝겊 신발을 하나 사 주려다가 신발에 진심인 아들의 제재를 받고 기다리던 중 드디어 아들의 최애 회사 상품이 도착했습니다.
많이 신어야 한두 달 신으면 작아져서 못 신을 텐데...
* 청소
어제는 아미고들이 밖에서 잔디를 깎더니 오늘은 아미가 셋이 집안 청소를 하러 왔습니다.
한 달에 두 번 하던 것을 한 번으로 줄인 이유는 케미컬 냄새가 심해 내가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아기방은 식초로 청소를 하지만...
전엔 아기방을 먼저 청소하면 그 안에 갇혀서 3시간을 지냈기에 오늘은 일찌감치 도망을 나왔습니다.
케미컬 냄새 대신 코스모스 향기를 맡으며...
빵집에서 소금빵과 커피번도 하나씩 사 먹고,
우리가 앉아서 쉬는 공간곁에서 다니엘처럼 기도 시간에 있는 그 자리에서 딱딱한 바닥에도 불구하고 무릎으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하며 기도하는 이슬람 사람도 구경하고,
놀이터에서 좋아하는 그네를 신나게 타며 놀다 보니,
청소가 다 끝났다는 연락을 받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돌아오는 길목에 굵은 나무에 담쟁이덩굴이 오랜 세월을 거듭했는지 무늬처럼 올라가 있습니다.
마치 우리 사회에 남미사람들이 집안팎을 파고들듯이...
사회의 모든 분야의 힘든 일들은 모두 아미고들이 하는데,
그들의 저지하면 힘든 일 들은 누가 하라고...
아는 지인은 남미 사람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려 지저분하고 주말마다 파티 음악으로 시끄럽다는 이유로...
어느 집은 담장을 담쟁이로 덮었습니다.
나무와 쇠보다 생명력 강한 담쟁이가 훨씬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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