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손자 이안이와 함께한 시간이 10개월 차로 들어섭니다.
처음엔 작고 낯설던 아기가 이제 제법 사람구실을 합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며늘이 깨끗이 정리해 놓은 놀이방과 거실에서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합니다.
가끔은 이안이의 놀이기구가 호기심을 유발하도록 이리저리 재 배치됩니다.  

며칠 동안 보이지 않던 기타를 발견하고 신나게 띵가띵가하며 엉덩이를 들썩입니다.

고모가 사준 성경 말씀 읊조리는 인형과 좀 더 커서 읽어야 좋을 성경이야기는 아침마다 선택됩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면 새책을 꺼내와 아직은 제대로 끝까지 읽은 책은 한 권도 없습니다.

어제 도서관에서 빌려온 토마스 책을 무척이나 열심히 읽는 중입니다.

첫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쉬지않고 종알거립니다.

쿠쿠가 밥이 다 됐다고 잘 저어주라고 하면 내가 밥을 젓고 주걱에 붙은 밥알을 한두 개 자기 입에 넣어주는 걸 알고 쪼르르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이안이에게 무염 소고기 뭇국에 갓 지은 밥을 말아주고 그 국밥을 나도 한 그릇 먹는 건 사랑입니다.

그렇게 반나절동안 온 방을 순례하듯 놀고 나면 나의 휴식시간이 될 이안이의 낮잠 시간입니다.  
잠옷을 입히고 쭉쭉이를 물려주면 낮잠을 자야 하는 줄 알지만 그래도 더 놀고 싶어 칭얼댈 만도 한데 곁에서 잠든 척하는 내손을 만지며 조용히 꼼지락 거리다 잠이 드는 이안 이를 바라보는 건 행복입니다.

이제는 체인징 스테이션이 작아서 다리를 걸치고 기저귀를 갈아줘야 할 만큼 키도 컸습니다.
커가는 키만큼 몸무게도 많이 늘었을 텐데 아직은 감당할만해 안아달라고 하면 번쩍번쩍 들어 올립니다.
그것도 내겐 사랑과 행복입니다.  

며늘은 2월부터 동네 데이케어를 반나절이라도 보내고 싶어 하는데,
아들은 18개월 되는 3월부터 보내자고 했답니다.
며늘은 사회성을 아들은 친밀감을 선호하는듯합니다.
어찌 됐든 데이케어 적응을 위한 머묾이 지나면 나는 떠날 테니 언제 보내든지 잘 결정하라고 했습니다.
사랑과 행복의 뒤안길에 이기심이 꼭꼭 숨어있습니다.
긴 터널과 같았던 황혼 육아가 이제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