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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빵가게를 가려다가 반대 방향인 뽕나무에게로 가서 오디를 한 컵 따왔습니다.
어젯밤에 가서 서리해 오려했던...
혹시 출근하는 사람이 시비를 걸면 대답할 이유까지 생각하면서 ㅋㅋ
다행히 아무도 태클을 거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디 수확을 끝내고 뽕나무 길 건너 백조의 호수엘 갔습니다.
백조가 태어나는 시기에 한국에 다녀오느라 새끼들을 못 봐서 얼마큼 자랐는지 궁금했습니다.
마침 그 단지에 주민인 처음 뵙는 한국 어르신을 만나 그동안의 자초지종을 듣게 되었습니다.
금수저인 어미 백조가 알을 6개 품었고,
5월의 어느 날 5마리가 알에서 깨어났지만 하나는 깨어나지 못했고,
5마리 중 한 마리는 미처 자라지 못하고 죽었고,
나머지 4마리는 이제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다고...
내가 부재했던 한 달 동안 아주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대화 상대가 필요했던지 처음 뵙는 어르신이 백조의 근황에 이어 당신의 밝은 인생사를 탈탈 털어주시던 중 친구에게서 전화가 와서 급하게 마무리를 했습니다.
어차피 그분의 인생사를 다 들으려면 한나절이라도 부족했을 텐데 친구의 전화는 save by the bell 이었습니다.
혹시 다음에 또 만나면 그때는 더 많은 이야기를 들어 드리겠습니다.

사연 많은 백조 이야기를 듣고 백조 몰이를 했습니다.
백조들이 한가로이 쉬다가 나의 인기척에 모두 물가로 들어섭니다.

헤치지 않을 건데...
아님 풀을 충분히 먹어서 이제 물을 마실 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어서 먹이통에 가서 함께 식사를 합니다.
새끼 백조들이 먹이통에 닿을 만큼 커서 스스로 먹을 수 있음에도 어미 백조는 먹이통에서 사료를 꺼내 물에 띄워줍니다.
부모의 사랑은 한이 없습니다.

이야기를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깨어나지 못한 한 알을 측은히 바라봤습니다.
깨어난 새끼들이 자랄 때 그 알을 날마다 바라봐야 하는 어미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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