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지난 삼일 무리를 했기에 오늘은 늦잠 자고 커피를 만들러 내려왔는데,
당신 딸의 아들을 대신(?) 봐주는 내게 늘 미안한 사돈댁이 쇼핑을 가자고 연락이 왔습니다.
늦은 오후에 약속이 있다니 그럼 더 일찍 움직이자고 합니다.
부리 낳게 블루보틀 커피를 만들어 아침을 깨웠습니다.
아침 요기를 하려고 냉장고를 여니 차곡차곡 쌓인 음식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떠나고 내가 지인들과 외식하고 남겨온 건데 집에서 먹을 틈이 없어 저렇게 쌓여만 갑니다.
40분 거리에 있는 빌번이라는 동네 쇼핑센터에서 명품과 준 명품 가게를 드나들며 눈요기를 했습니다.
사실 나는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좋고 비싼 옷들도 모두 처리해야 했던 쓸쓸한 기억이 있어 물건 사는 것이 정말 즐겁지 않은 일인이지만,
담달에 있을 손자 돌잔치에 입을 옷을 사자는 그녀의 요청은 거절할 수 없었기에,
하지만 좀 괜찮다 싶어 들여다보면 0이 두세 개나 더 붙어 있습니다.
게다가 그녀와 나는 취향이 너무 달라서...
그녀는 보석 가게에서 목걸이도 하나 장만했습니다.
큰 사위가 사라고 했다며 내가 미국 떠나며 짐 정리할 때 그동안 가지고 있던 금장식들을 모두 판 것보다 더 비싼 목걸이를...
그녀가 이것저것 맘에 드는 걸 고르는 동안 나는 곳곳에 비치된 캔디와 초콜릿을 저 소녀처럼 하나씩 꺼내 먹으며 기다렸습니다.
혼자라면 절대로 들어와 보지도 않을 가게에서...
쇼핑보다는 벽에 장식된 그림에 관심이 갖는 나를 보며 나를 위해 쇼핑을 나왔는데 당신 물건만 산다며 미안해합니다.
그녀의 정성과 시간을 고려해 뭔가를 선택해야 해서,
게다가 0 두세 개 붙은 옷을 보다 보니 0 하나 더 붙은 건 싸게 느껴져서,
사실 그다지 맘에 들진 않지만 사돈댁의 취향에 맞는 듯한 준준준 명품(?) 재킷을 하나 들고 나섰습니다.
명품에 관해서 나는 미국이든 한국이든 불편합니다.
이래서 자꾸 혼자이고 싶은 모양입니다.
'일상(Daily Bless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단풍도 역시 한국(감사 987) (4) | 2024.11.18 |
---|---|
77. 모두가 외로운 세상 (감사 924) (5) | 2024.09.02 |
혼자이고픈 혼자(감사 919) (10) | 2024.08.28 |
색다른 인연(감사 911) (6) | 2024.08.20 |
모두에게 필요한 너그러운 세상(감사 863) (6) | 2024.06.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