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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본향가는 길(감사 159)

매일 감사 2022. 6. 17. 23:07

이 땅에 태어난 우리는 모두 언젠가 본향으로 돌아갑니다.
때와 장소가 다를 뿐...
88세 장로님 한 분이 어제 오후 5시에 저녁 소천하셨습니다.
53년 전 미국으로 이민오셔서 잘 정착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시다가,
20년 전 사랑하는 부인과 사별 후 18년 전 지금의 집사님과 재혼을 하셨고,
10년 전엔 친 딸을 먼저 떠나보내는 슬픔도 겪으셨지만,
3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회복은 됐지만 외출도 힘들게 병약하게 지내셨는데,
일주일 전에 화장실에서 넘어지신 후 몸과 마음의 기능이 멈춰지면서...
우리와 만난 지난 2년은 병상에서의 모습뿐이었지만,
아프시기 전 85년 동안의 삶은 행복하셨다고 모두들 입을 모읍니다.

가족들과 장로님을 하나님 손에 맡겨드리는 임종예배를 드렸습니다.

장로님이 일주일 전 넘어지실 때 머리를 다치면서 의식은 조금 있었지만 말을 못 하시고 몸도 전혀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기에,
집사님은 병원으로 모시려 했지만 응급실에서 일하는 의사인 장로님의 독신 아들과 부부가 모두 의사인 집사님의 아들 내외도 아버지를 병원으로 모시는 걸 권하지 않았답니다.
아버지의 상태가 병원에 가면 온갖 의료기기를 이용해 되돌아오지 않을 육신을 괴롭히다가 돌아가실 거라고...
그래서 집에서 아이비를 맞으면서 전문 간호사와 간병인의 도움으로 일주일을 편안히 지내시다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조금 더 버텨주실 줄 알았던 남편을 보내신 집사님은 허둥지둥 정신이 없으십니다.

문제는 우리가 이 땅을 떠날 때는 대부분 병원이나 양로원이기에,
담당 의사가 죽음을 확인하고 선언하면 장례로 이어지는 것이 절차인데,
집에서 죽음을 맞이하셨기에 어제의 과정은 아주 복잡했습니다.

집에서 죽음을 맞이할 경우,
고인의 마지막 숨 후에는 그 상태를 그대로 보전해야 하고,
911에 신고를 하면 구조대와 경찰이 와서,
구조대가 사망을 확인하면 경찰은 주치의와 통화를 해서 부검할 것인지 아니면 바로 장례절차를 밟을 것인지를 결정하게 된답니다.

구조대가 멈춘 숨을 확인합니다.
여기까지의 과정은 그리 복잡한 게 아닌데...

어제의 경우,
의사인 아들들의 결정이긴 했지만 경찰은 고인이 부상을 입은 상태임에도 병원에 모시지 않은 것에 의심의 비중을 두면서,
현재 부인과, 전처의 아들과, 재혼한 부인의 아들 내외와도 오랫동안 개별 면담을 했고,
그동안의 병력을 모두 확인했으며 복용했던 약들과 보조 기구들을 조사했습니다.
마치 고인의 죽음에 0.0001%라도 고의성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
서너 시간의 긴 그 과정 끝에 부검을 거치지 않아도 됨을 결정하고 장의사에 시신을 모시고 가게 되었습니다.
도심에서 조금 벗어난 20층 고급 콘도의 19층에 사셨기에, 게다가 삼면이 유리창으로 둘러싸여 오후의 뜨거운 햇빛을 가리고 시작했는데,
임종예배와 구조대의 검사, 경찰의 조사, 그리고 이어지는 지인들의 방문으로 해가 지고 깜깜해진 후에야 그 집을 나설 수 있었습니다.

장례전에 먼저 시신을 떠나 보내는 것도 가족들에겐 힘겹습니다.
중천에 떳던 태양이 장로님처럼 자취를 감췄습니다.
장로님의 이땅에서의 시간은 여기서 멈췄습니다. 장로님 이제 편안히 쉬세요^^

* 집에서 임종에 직면하면 응급차를 불러 병원으로 가야 합니다.


한국 친구에게서 젊은 시절 몇 번 만난 기억이 있는 나와 동갑인 목사님이 심근경색으로 소천하셨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ㅜㅜ


아침에 일어나니 2월부터 피었던 3년차 오키드의 마지막 꽃이 내곁을 떠났습니다 ㅜㅜ
"모든 육체는 풀과 같고 그 모든 영광은 풀의 꽃과 같으니 풀은 마르고 꽃은 떨어지되 오직 주의 말씀은 세세토록 있도다"(베드로전서 1:24-25)
아멘 아멘~

모두가 가야 하는 그 길을 잘 떠나는 것이 나의 남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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