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 씨앗으로~
봄을 어정쩡하게 보낸 우리 집 발코니 텃밭엔 느지막이 얻은 고추 모종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일주일 전 작년에 쓰고 남은 미니 파프리카와 토마토 씨앗을 종이 계란 곽에,
이상하게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세 씨앗씩 심었습니다.

오래 지나 지나 싹이 날지 궁금했는데...

세 씨앗 이야기는 나중에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는데,
농약을 쓰지 않던 시절, 맘씨 좋은 농부는 콩을 세 알씩 심는답니다.
한 개는 새와 또 한 개는 벌레와 나눠먹기 위해서 말입니다.
농부를 연습 중인 나는 셋 중 젤 튼실할 놈만 남기고 솎아주는 걸로 알았습니다. ㅋㅋ
오늘 아침에 나가보니 주인님의 속도 모르고 예쁘게 싹이 올라옵니다.
무의식으로 세 개씩 심었는데 과연 나는 맘씨 좋은 농부가 될 수 있을지...

작년엔 멋진 프라스틱 모종 판을 사다가 씨를 심었었는데...빈 종이 계란곽이 훨~좋습니다. 요즘같이 인플레 시대에는 더 더욱^^
꼭 일주일 만에 올라온 미니 파프리카~
미니 파프리카보다 선호하는 토마토~ 옆 집은 열매가 달리기 시작했는데...

* 모종으로~
Speaking of devil~('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는 속담을 영어 버전으로는, '원수도 제 말하면 온다'라고 합니다)
맘씨 좋은 농부가 되려고 맘먹기도 전인데...
두 주전 심은 고추 모종엔 미처 다 자라기도 전에 꽃이 피어서 반갑게 맞이하니 진딧물이 함께 살고 있습니다.
벌레 퇴치 스프레이도 뿌려주고 직접 떼어내기도 하면서 분기탱천하면서 콩 세알의 법칙은 이웃나라 이야기가 됩니다.
1/3이 아닌 벌레에게 몽땅 줘야 할 상황이 되니 이성을 잃어버립니다 ㅋㅋ

진드기와의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올해 고추 농사는 험난합니다.

* 스스로~
레몬 트리 화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아이가 보입니다.
심은 기억이 없는데...
호박인지 수박인지 참외인지는 열매가 열려야 알게 되겠지만,
작년에 발코니 화분에서 뭔가 나오기에 일층 텃밭으로 옮겨줬더니 말라죽은 경험이 있어서,
올 해는 그냥 그대로 두고 누구인지 알아내고 싶습니다.
그런데 자라는 속도가 주객이 전도될 것 같아 새 집을 지어줘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는 누구?

우리 집 식탁으로 올라올지는 모르겠으나 어떤 모양으로든 자라나는 새싹들이 고맙습니다.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