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해운대, 해운대 교회(감사 694)

주일 아침 옆지기는 상태가 여전히 감기모드이기에 집에서 영상 예배를 드리고 나 혼자 달맞이 길에 위치한 해운대 감리교회로 향했습니다.
산동네 숙소에서 멀지 않은 거리인데 좀 일찍 출발했기에 일부러 몇 정거장 전인 해운대 광장에서 내렸습니다.
지난 한 달을 그곳에서 살아선지 왠지 고향 같습니다.
거리의 귀요미가 반갑게 맞아줍니다.

일상모드를 다시 여행모드로 장착해 열흘 만에 걸어보는 해운대 광장은 여전히 즐겁습니다.
고래사 어우동은 여전히 만원이고...

하루 전인 12월 2일 점등식을 했을 빛축제의 장식들이 전기대신 태양 빛을 받아 여전히 현란합니다.

해운대 해변은 여전히 나를 잊지 않은 듯합니다.
빛축제를 위해 세워진 조형물들이 우뚝우뚝 서있습니다.
조만간 빛축제 보러 저녁에 나들이 나와야겠습니다.

해변은 시시각각 다른 모습으로 모두의 카메라를 열게 만듭니다.

해변의 풍속도를 방해할 만큼 높은 빌딩을 짓느라 수고한 사람들을 치하하는 기념비(?)가 서있습니다.
저 높은 건물로 인해 넘어가지 못하는 해풍이 주변에 늘 상주해 시카고 바람보다 더 칼 같던데...
그래선지 허가 나지 않아야 할 건물 허가가 났다는 풍문도 있습니다.

언덕 위에 위치한 교회로 올라가는 길목엔 ‘이루아’라는 멋진 호텔도 지나야 하고,

‘언덕 위의 집’이라는 카페 겸 식당도 지나야 합니다.

친구가 갔었다는 ‘힐스 스파’를 지나니 나의 목적지인 해운대 교회가 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곳에 이렇게 멋진 교회를 지었을까 많이 궁금했는데,
옆자리에 앉으신 친절한 권사님이 궁금증을 풀어주십니다.
원래는 유명한 카페를 겸한 식당이었는데 망해서 교회 건물로 사용하게 되었다는...
아~ 그래서 4층이 웬만한 카페보다 더 카페 같았구나~

감리교회에 익숙하지 않은 장로교인이지만 조용한 분위기가 내 신앙정서에 맞는듯해 이곳에 머무는 동안의 주일 성수는 이곳에서 지키게 될 것 같습니다.

예배 마치고 찬양대의 찬양이 끝난 후 뒤늦게 올라간 4층 카페의 창가엔 이미 커피와 바다를 좋아하는 성도들로 꽉 차서 나는 안쪽에서 바리스타 장로님이 내려주신 향기 대단한 커피와 점심 식사대신 나눠준 팥빵을 들고 앉았습니다.

빵과 커피로 점심을 때우려다가 초량만두가 생각나 참고 언덕길을 내려가 혼만두를 했습니다.
쥔장이 지난번 외국인들의 주문을 도와줬던 나흘 기억을 하며 반갑게 맞아주면서 왜 혼자 왔냐고 합니다.
그래선지 만두를 더 맛있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기억해 줘서 고맙습니다 ㅋㅋ
만두만큼 맛있는 육수가 자꾸 나를 유혹합니다.  

참, 내려오는 길은 다른 길을 선택했더니 이번엔 500년 묵은 소나무와 한 많은 듯 꼬인 소나무를 만났습니다.

한겨울에 피는 동백꽃에 질세라 이름 모를 노란 꽃도 만발합니다.

바다구경하며 지나가는 블루라인 기찻길에 캡슐차가 어린아이 장난감처럼 부지런히 사람들을 싣고 지나갑니다.

윤슬 가득한 바닷가는 걸어도 뛰어도 보기만 해도 언제나 즐겁습니다.  

버스를 타기 위해 되돌아가는 길목에 다시 만난 높은 크리스마스트리는 수영로교회에서 세웠답니다.
성탄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집어주면서...

얼마를 살아야 해운대가 질리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