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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책길에서
먹기 위해 운동하는 옆지기와 운동하기 싫어 덜 먹는 로또 부부가 월요일아침 산책을 나갔습니다.
그는 나를 걷게 하기 위함이라고 거듭 강조하지만...
하긴 집에 있는 기계로 걷는 걸 선호하는 그가 밖으로 나가는게 그에겐 나를 위한 희생(?) 맞습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제법 가을 날씨 흉내를 냅니다.
게다가 잔뜩 구름이 끼어서 햇빛앨러지가 있는 내게는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억지로라도 나가서 걷길 잘했습니다.
푸시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를 떠올리며...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 지나면 기쁨의 날이 오리니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으로 다 지나가는 것이며
지난 것은 소중한 것이라네”
![](https://blog.kakaocdn.net/dn/sCenr/btsrh1kwUYa/eaLBmTsicLkufBWyPusCsk/img.jpg)
다리를 건너다 전에 없던 풍경을 만났습니다.
서로의 사랑을 다짐하며 꼭꼭 잠근 후 열쇠는 강물에 던져버렸을 자물통들을 바라보며...
‘그 약속 변치 마요!’라는 소원 담은 웃음도 지어보고...
![](https://blog.kakaocdn.net/dn/bxQslL/btsrgPLp2mx/6BvUoFttOY7UCBffMoKwSk/img.jpg)
봄에 새끼를 낳고 함께 웃고 울다가 이제 곧 따뜻한 나라로 이동할 준비 중인 거위들이 수초를 열심히 먹으며 몸집을 키웁니다.
인간보다 나은 거위들의 지고지순한 가족 사랑을 회상하고 감동하면서...
![](https://blog.kakaocdn.net/dn/HjWbs/btsrffKEc0W/QCOMT2raLuBWnufq9Uvwq0/img.jpg)
* 음식보다 사랑
월요일엔 철저하게 안티 소셜인 옆지기가 오늘은 먼저 수양딸 내외를 만나자고 합니다.
이제 곧 학기가 시작되고 그럼 우리가 떠날 즈음까지 못 만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보스턴 휘시마켓, 우리 동네에서 나름 유명한, 우리는 여러 번 갔었지만 아직 못 가봤다기에...
Long story short~
둘 사이에 서로의 소유권을 포기하려는 거금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돈으로 비싼 점심을 먹고 퉁치려 했고,
수양딸내외는 그 돈을 벗어나 양부모를 대접을 하려는 마음으로 작정하고 나왔습니다.
그녀의 쌍둥이 딸들이 ‘왜 한국사람들은 서로 음식값을 내려고 싸우느냐!’고 했다는 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그러지 말자! 고’며 깨끗하게 마무리를 합니다.
그러면서 왜 자기네가 대접을 해야 하는지 이유를 설명합니다.
수양 사위의 영어 이름이 야곱(Joseph)입니다.
성경을 통해보면 야곱은 이스라엘 구속의 역사의 한 획을 그었던 사람이었지만 그의 삶은 끊임없는 억울함을 통과한 후에 얻어지는 형통이었습니다.
그 억울함 속에 울 하나님께서 동행하신 것이 그의 형통이었지만...
이름처럼 지금까지 10년이 넘게 지내오면서 그의 삶은 야곱 못지않게 억울한 고난의 행보였습니다.
40대 중반인 그에게 이제는 억울함이 없으려나 했더니,
최근에 너무도 억울한 일이 있었지만 그 일도 말없이 억울함을 선택했는데...
반전의 대가인 하나님께서 그의 억울함을 아시고 주변에서 그를 대변해 주는 일을 만드셨고,
오히려 상상도 못 할 일이 생기고 이전보다 더 좋은 결과로 명예와 부를 회복시켜 주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제 만남의 자리는 그 사건의 축하와 자랑질(?)하려는 자리였습니다.
그래서 음식값은 물론 서로 거부하던 그 문제의 거금도 고스란히 내 가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넘어지려 할 때마다 말씀으로 이끌어 주신 은혜를 보답하는 자리라는 말도 곁들이며...
재밌는 건 그녀는 내 옆지기와 판박이이고 그는 나와 판박이어서,
우리가 함께 만나면 서로에게 위로받는 그런 사이였는데...
그리고 지난 4년 동안은 서로에게 답답한 현실의 햇살 같은 존재였는데...
그들의 형통이 하나님께서 함께 하는 삶이기에 지금도 감사하지만 미래도 미리 감사하면서 아쉽게 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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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제해야 할 오지랖
지난 40여 년을 옆지기와 살면서 나는 그의 손과 발 그리고 혀처럼(심하게 친하게 지내던 권사님의 말) 살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것이 내 제2의 천성이 되어버렸습니다.
결혼 후 짧은 기간이었지만 대기업에 입사 후 새벽별보고 출근하고 저녁별 보고 퇴근하던 그를,
유학을 시작하고는 공부만 하던 그를,
학위 후 학교에 올인했던 그를,
사역을 시작하면서는 사역만 하던 그를 철저하게 돕는 베필로...
그가 말하지 않아도 미리 해 놓았고,
그가 생각하기도 전에 그 생각은 실천에 옮겨져 있었던 지난날들을 떠올려 봅니다.
이제 곧 은퇴를 앞두고 있는데...
그 일을 접어 각자 도생하려고 하는데...
그 일이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의 싸움의 내용은 이랬습니다.
지난 5월 둘이서 잠깐 한국 입국할 때 k-eta 사건이 떠올라서 어제 옆지기 k-eta를 만들어 주는 과정에 내 실수로 여권번호를 잘못 입력해서 다시 해야 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자기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해 주다가 일어난 일인데 역정과 잔소리를 동반해 하려면 제대로 하라고 심술까지 부립니다.
내 원참~
안 해도 되는 거지만 편리를 위해서 신청한 거고 원하면 니가 직접 하라고 곁눈질을 하며 내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나는 작년 10월에 들어갈 때 만들어서 2년이 유효하고,
정부에서 올 4월부터 내년 12월까지 k-eta를 임시로 면제해 준다고 하기에,
그 말만 듣고 옆지기를 그냥 입국시켰다가 k-eta 가 없는 사람은 입국서류를 써야 한다는 걸 그때 알았는데,
서로 다른 줄에 서서 심사를 하는 바람에 나는 이미 밖으로 나와버렸고,
그의 모든 걸 내가 대신해 왔기에 그는 아무 정보가 없어서 절절매며 네가 밖에서 보내주는 메시지로 처리하고 나오면서 내게 악마의 얼굴을 하고 나왔던 일이 있었습니다.
어제 한국행 F4 비자 서류를 준비하면서 옆지기의 k-eta를 그냥 만들어 주려다 실수를 한 건데...
물론 내 실수는 잘못됐고 다시 정정해서 만들어 주긴 했지만...
앞으로 은퇴하면 부디 그의 일은 그가 알아서 하게끔 나의 오지랖은 접는 연습을 하게 하소서~
![](https://blog.kakaocdn.net/dn/bCdrQr/btsrf3DqnmG/ssKGVYiur8LiykmE7NMcNk/img.jpg)
한때 소중했던 기억의 소품들도 이제는 버려져야 할때입니다.
남길것이 있는지 들여다보다가 모두 버리기로 합니다.
“천하에 범사가 기한이 있고 모든 목적이 이룰 때가 있나니 날 때가 있고 죽을 때가 있으며 심을 때가 있고 심은 것을 뽑을 때가 있으며...돌을 던져 버릴 때가 있고 돌을 거둘 때가 있으며 안을 때가 있고 안는 일을 멀리 할 때가 있으며...사랑할 때가 있고 미워할 때가 있으며 전쟁할 때가 있고 평화할 때가 있느니라...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에게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의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
(전도서 3:1-2, 5,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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