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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적은 손녀의 학교에서 해마다 열리는 ‘조부모의 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였지만,
더불어 최근 크고 작은 일들을 끊임없이 겪고 있는 딸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 뉴저지에서 노스캐롤라이나로
최근 인원 감축으로 인해 활주로를 1/3만 운영하는 바람에 딜레이와 캔슬이 정상 출발보다 많다는 울 동네 최악 공항인 뉴악에서 출발해야 하기에 이른 스케줄이 이기도 했지만 새벽부터 서둘렀는데...    
날짜를 결정하지 못해 미루다 두 주전에 더블 요금을 지불한 베이직 이코노믹은 캐리온조차 따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기에...
기본적인 옷과 전자기기만 챙겨 더플백만 가지고 가게 되었습니다.  
도착한 우버 택시를 타고 막 출발했는데 마지막에 충전하던 에어팟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 가장 중요한 물건을 집에 놓고 와서 다시 울 집에 돌아갔다 가야겠습니다.”
“노 프라브럼” 착한 할아버지 기사 덕분에 에어팟은 챙겼지만 10여분이 지연됐습니다.
예상대로 보안 검색대는 6시도 안 된 이른 시간에 줄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습니다.
다행히 시간에 맞춰 게이트에 도착했고 비행기도 제시간에 출발했습니다.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비행 거리이지만 딸을 만나러 가는 길은 5시간이 걸렸습니다.

어머니 날 주말이기도 해서 겸사겸사 딸은 장미 한 다발을 들고 마중 나왔습니다.
꽃을 사이에 두고 우린 서로를 고마워하며 한참을 보듬어 안았습니다.

* 딸네 농장
농장의 봄은 연초록빛으로 주변을 감싸고 있었습니다.
그 빛을 바라보며 딸이 차려준 아침을 먹으며 한 달 조금 지난 후의 만남을 서로 축하했습니다.
계란이 넘쳐나는 딸네 농장의 아침의 주인공은 역시 계란입니다.
하지만 이제 막 낳은 신선한 계란은 특별한 요리 실력이 필요 없습니다.
게다가 실직한 후 한 달 동안 집에서 요리를 해온 딸의 주방은 마치 식당을 방불케 했습니다.

하루에 16마리가 낳는 계란은 10개 +-

직접 구운 브리오쉬 빵위에 계란 후라이를 얹고 송송 썬 토마토와 파를 토핑하니 근사한 요리가 됩니다.

에그 베네딕트 소스는 아쉽게도 뭔가 잘못되 먹지 못했지만...언젠가는~

하루를 오롯이 우리 둘만의 시간으로 지내게 해주려고 사위가 학교에 간 손녀를 방과후 액티비티인 골프 레슨과 저녁까지 둘이서 먹고 데려오기로 했습니다.
그 사이 우린 딸의 앞으로 계획인 ‘고스트 키친‘이야기를 들었고 흥망이 어찌 됐든 시도는 해보라고 격려를 했습니다.
흥하면 계속하고 망하면 다시 취직한다고 합니다.

겨울 추위를 못 견뎌 죽은 줄 알았던 라임과 레몬 트리가 살아나듯이 어렵긴 하겠지만 못 할 것도 없으니 할 수 있으면 뭐든 해보라고 했습니다.

딸의 농장에선 재밌는 일이 참 많습니다.
이리케이션(물주기) 시스템을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함께 공용하며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도합니다.

전기 시설이 없었던 고대의 물 주기 방식입니다.
이렇게 작은 화분을 큰 화분에 묻어 놓고 그곳에 물을 부어 뚜껑을 덮어놓으면 식물이 필요한 만큼의 물을 그곳에서 공급받는다는 겁니다.

또 다른 방법은 줄을 연결하고 화분에 그 물을 받아 들일 조각을 넣어놓으면 물이 공급된답니다.

늦은 아침을 먹고 이른 저녁으로 딸이 직접 만든 치킨 파스타와  샐러드를 먹었습니다.
처음엔 계란을 소비하려고 만든 스파게티 국수가 너무 맛있어서 몇 번 하다 보니 이젠 너무도 쉽게 만든답니다.
유튜브가 딸네 키친에서도 열일을 하는 중입니다.

둘만의 소중한 시간이 여전히 아쉬울 즈음 손녀가 돌아왔습니다.
한 달 전 스프링 브레이크에 만났을 때 보다 몸과 마음이 부쩍 컸습니다.
다음 날 학교 가야 해서 자야 하는 게 너무도 슬픈 울 손녀는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Lovely Riley💕

* 조부모의 날(Grand Parent Day at DRS)
손녀를 학교에 내려주고 행사 시간까지 2시간의 공백이 있어 주변 카페를 방문했습니다.
가정집을 개조해서 만든 그 카페는 장애인들이 함께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놔서 인상 깊었습니다.


시간에 맞춰 손녀 학교에 도착하니 강당엔 조부모들로 꽉찼고 곧 이어 킨더가든의 공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어 1학년인 손녀가 나를 찾느라 두리번 거리며 입장했습니다.
나의 시선은 울 손녀에게 멈춰있었지만 그건 나만의 관점은 아닐 것입니다.

일단 입장할땐 조부모의 위치를 확인 시킨 후 모두 카메라를 자신의 손자 손녀에게 향합니다.

다함께 교가를 부르고 흩어져 손주들의 학급에 가서 선생님도 만나고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는지 엿보았습니다.

같은 반에 가까이 지내는 친구는 울 손녀처럼 엄마가 한국 사람인데 외 조부모가 한국에 계서서 못오셨고 친 조부모도 바쁘신지 못 참석해 조금은 슬픈 날이었기에 일일 할머니가 되주기도 했습니다.
얼룩말의 얼룩이 울 손녀의 것이 제일 멋집니다 ㅋㅋ

학급 이야기를 멋드러지게 해주는 손녀와 그림도 그리고 책도 읽다보니 딸이 데리러 왔습니다.
2025년 조부모의 날이 마무리되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내가 팬데믹때 빵 굽던 것처럼 딸도 빵을 굽는 것이 재밌어서 그 당시 블로그에 기록했던 사진들을 보다가 기억을 소환해 나는 마늘치즈빵을 딸은 꽃빵을 만들었습니다.
마치 경연이라도 하듯 ㅋㅋ

오후엔 딸이 직접 만든 계란 많이 들어가는 아이스크림인 프렌치 스타일 ‘카스타드 아이스크림’에 과일을 듬뿍얹어 한가로움에 달콤함을 더했습니다.


집순이 인 손녀와 조금은 쌀쌀한 이른 아침에 머리가 빨간 딱다구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닭들 이야기로 꽃을 피웠습니다.

아침은 역시 계란요리 ㅋㅋ
하지만 화인 다이닝같은 너무도 맛있는 오믈릿과 직접 로스팅해서 내린 콜롬비아산 커피와 함께 마시니 ‘Farm to Table' 이 따로 없습니다.
(저 이상하게 생긴 필터가 400년 동안 써도 괜찮다는 요상한 필터입니다 ㅋㅋㅋ)

점심은 동네에 유명한 쌀국수 집에서 반세오와 쌀국수를 먹으며 유난히도 쌀국수를 좋아하는 손녀와 함께 나와 딸의 어머니날을 자축했습니다.  
처음엔 자기 계란때문에 베트남 식 오믈릿이라니 안 먹겠다던 딸이 바삭한 식감이 좋다며 잘 먹었습니다.
너무 많아서 문제인 계란 ㅋㅋ

* 랄리에서 포트리으로
그렇게 딸네에서의 3박 4일의 여정을 마치고 뉴악공항에 도착하니 청년 하나가 로맨틱한 피아노 연주로 환영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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