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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두 장례식(감사 359)

매일 감사 2022. 12. 11. 11:30

교인 두 분을 같은 장례식장에서 같은 날 시차를 두고 보내 드렸습니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 이웃을 떠나보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먼저 장례식 전날 저녁 종견 예배(viewing service)를 드리고,
다음 날 아침에 천국 환송 예배와 하관 예배를 드립니다.
그 후엔 근처 식당에서 조문객들과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함께 식사를 합니다.
떠나신 분은 그렇게 보내 드리지만,
이 땅에 남은 유가족의 삶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먼저 가신 분이 이루지 못한 꿈과 소망을 이루어 갈 것을 다짐하며...

* 첫 번째 장례식
90이 넘으신 첫 번째 고인은 사랑스러운 아내, 성공한 네 자녀, 그리고 곱게 자란 여덟 명의 손주를 둔 행복자였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이 땅을 떠나서도 영원히 살 소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똑똑한 아들이었고, 든든한 남편이었으며,
자상한 아버지였고, 인자한 할아버지였습니다.
장례식장에 모인 모든 분들이 편안하게 주님의 품으로 보내드렸습니다.
아들들과 손주들의 추모사에서 그분의 행복했던 자서전을 대신 읽었습니다.
성공한 세 아들과 중국 선교사였던 딸의 지인들로 장례식장은 발 들여놓을 틈이 없이 꽉 찼습니다.
호상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장례식이었습니다.

* 두 번째 장례식
두 번째 고인은 60대 후반으로 오랜 지병으로 고생하셨는데 최근에 낙상 후 뇌출혈로 돌아가셨답니다.
오래전 교회를 멀리 떠났지만 돌아가신 후 가족이 교회에 도움을 요청해왔습니다.
만나 뵐 기회가 없었지만 형님을 통해 고인의 인생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혼외 자식으로 태어나 호적에는 올라 있었지만, 형님 가정에서는 아무도 모르고 지내다가,
성년이 되어 알게는 되었어도 본가족과의 왕래가 거의 없었답니다.
미국으로 이민 와서 가정을 이루어 아들 딸과 함께 살다가 아내가 먼저 곁을 떠났고,
그 이후 자녀들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거의 왕래가 없이 지내왔답니다.
고인은 백혈병 치료와 또 다른 지병으로 병원 출입이 잦았는데,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부인의 아들도 백혈병으로 병원을 다니던 중,
지금의 부인을 만나서 함께 살게 되었답니다.
부인에게는 세명의 자녀가 있는데 막내가 백혈병 치료를 받는 중이랍니다.
고인의 두 자녀는 이곳에서 교육을 마치고 노스캐롤라이나로 이주해서 아버지와 연을 끊고 살던 중이었는데,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장례식 참석을 위해 날아왔답니다.
이곳에서 함께 생활하던 부인과 그녀의 세 자녀는 고인을 많이 그리워하며 슬퍼합니다.
새로운 가정의 세 자녀와는 사이가 좋으셨나 봅니다.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만난다더니,
한국에서는 서로 만나지도 못했던 배다른 동생을 미국에서,
그것도 이곳에서 만나게 되었다며 그 이야기보따리를 한참 동안 펼쳐 놓으십니다.
우리 모두의 살아온 삶의 이야기는 많은 책으로 남겨질 만큼 무궁하지만,
평범하지만은 않은 고인의 삶의 애환은 듣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무겁습니다.
장례식 마치고 내일이면 떠난다는 고인의 친 딸과 아들이 마침 울 딸과 같은 동네에 살기에,
같은 공통분모로 마음 문을 열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식사하며 대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나마 그들에게 위로가 되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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