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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이가 ‘할아버지’를 알아주기 시작해선지 아쉬워하는 눈빛이 살짝 있었지만 옆지기는 미련 없이 떠났습니다.
뭐든 미리미리 해야 하는 성격 탓에 6시쯤 떠나도 될 공항엘 5시에 떠났습니다.
시큐리티 체크도 빨라 생각보다 일찍 게이트에 도착했다는 문자가 왔으니 그의 공항에서의 시간이 더 길어진다는 의미입니다.  
우버도 새벽에 부르는 게 훨씬 싸다는 말을 듣지 않고 어제저녁에 미리미리 예약을 해서 20불 더 비싸게 떠났습니다.
내가 딸네 가면서 경험한 건데 우버나 리프트는 예약이 훨씬 비쌉니다.
미국에서 두 달이 넘는 다양한 일정들을 멀티로 예약하면서 가능하면 저렴하게 다니느라 한국 왕복은 캐나다 항공을 예약했는데 기대하지 못한 사건이 많아 한국행도 도착하는 시간까지 불안하긴 합니다.
캔슬되기로 유명한 캐나다 항공을 나도 2년 전 한국을 다녀오면서 경험을 했기에 절대 캐나다 항공은 이용하지 말라고 했건만,
게다가 그는 무슨 일이든 쉽게 넘어가지 않는 징크스가 있는 사람이라 이곳으로 올 때는 스톰으로 캔슬되어 고생을 했습니다.  
그 만이 겪는 일은 아니겠지만 이상하게 그는 무슨 일이든 단번에 해결되지 않거나 어렵게 일들이 마무리가 되곤 합니다.
지난번 미국 운전면허증을 만드는 일도 그랬습니다.
내겐 쉬웠던 동네 예약도 힘들어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해야 했고,
서투른 직원을 만나 예상했던 것보다 두 배의 시간이 걸렸고,
돌아오는 길조차 헤매느라 한 시간이면 끝날일을 세 시간 동안 처리하고 돌아와서 그래도 감사하다며 기진맥진했습니다.

이제 그가 떠난 이곳엔 이안의 살인미소만 남았습니다.
언제 떠나게 될지 모르지만 내가 이곳에 남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옆지기의 떠남을 아쉬워하는 아들내외와 맛난 식사를 했고,
뉴욕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며 아빠를 위해 아들이 사 온 르뱅 쿠키는 너무도 달아 진저리를 치며 먹었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그냥 먹었던 르뱅쿠키를 커피와 함께 먹어보니 그래도 여전히 달달했고,
그립지 않은 달달함입니다.
개당 7천 원이 넘는 이 달디 단 쿠키를 열광하는 미국인들의 인생이 무척 쓴 모양입니다.
좋은 발효종으로 구워 유명하다지만 이렇게 칼로리가 높으면 그 좋은 발효종이 의미가 있긴 한 건지 아이러니입니다.

먹다 보니 옆지기가 르뱅 쿠키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먹으려고 다가가면서 어지러운 단맛에 진저리를 쳐야 하는...
그가 무사히 한국에 잘 도착하길 바랍니다.

후기,
밴쿠버에 도착한 옆지기가 이제 곧 서울 가는 비행기를 탄다고 전화가 걸려 오더니 이안이와 비디오 통화를 하고 싶답니다.
오잉~ 이런 모습은 처음입니다.
그새 이안이와 정이 든 모양입니다.
이안이도 처음엔 할아버지가 왜 전화기에서 나오냐는 듯이 어리둥절하다가 반가움에 기뻐했다가 이내 실상이 아니어서 울상입니다.
당분간 옆지기의 눈에 이안이가 많이 밟힐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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