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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남편이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해 회의적이고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의 끝은 늘 은퇴입니다.
은퇴 후 실질적인 소득이 없을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맘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는 62세에 조기 은퇴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메디케어가 시작되는 65세나 더 나아가서는 67세를 생각합니다.
소셜 연금을 62세에 부터 받으면 70%를 죽을 때까지 받게 되고,
67세에 받으면 100%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연금을 일찍 시작하지 못했고 제한된 상황으로 은퇴 후 받는 금액이 많지 않은 것도 변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62세부터 받는 70% 연금액과 67세부터 받는 100% 연금액이 75세가 되면 전체 금액이 같아진답니다.
62세든 67세든 은퇴해서 백세 시대의 평균 연령까지 살려면 노후 자금이 얼마 얼마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은 사회적 통계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내 절대적인 생각은 75세 이후에는 지금처럼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노후를 생각해 쓰고 싶어도 절약하는 것이 또 다른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꼭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은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것도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언제든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은퇴 시작!
펜데믹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조기 은퇴를 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 은퇴가 모두에게 쉬운 일 만은 아닌 듯합니다.
평생 동안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시던 지인이 70세 은퇴 시점에 파킨슨병에 걸리셔서,
은퇴 후 편안하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보상을 받으시려던 그 부인은 너무도 슬퍼하셨습니다.
40여 년을 몸과 마음을 바쳐 신발 비즈니스를 하시던 지인은 최근에 어렵기도 했지만 100% 연금 받을 연세가 되어 은퇴를 하셨는데,
하던 일을 접으니 우울증이 왔고 더욱이 그 부인은 그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황혼 이혼까지 언급합니다.
친구 중 하나는 결혼 후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남편과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세탁소를 정리하고 일 없이 일주일을 지냈더니 멘붕이 왔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세탁소에 가서 잠깐 일을 도와주는데 스스로에게 생동감이 생기더랍니다.
워낙 오랫동안 일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고 그 일을 즐기면서 했던 친구여서 그 일이 곧 그녀의 삶이었던 겁니다.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친구이니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이루어 보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시간이 많을수록 시간이 더 그리운 내게는 상상 못 할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많은 지인들에게서 이런저런 모양의 은퇴 소식을 접하다 보니,
은퇴... 해도, 안 해도 힘든 일인듯 합니다.
우리는 은퇴를 리타이어(Re-tire)라고 명명합니다.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다시 새롭게 달린다는 의미인데,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인가 봅니다.
평생 동안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시던 또 다른 지인은 65세에 칼 은퇴를 하시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병원에 3년동안 자원봉사를 다녀오셨고 그 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지인은 미국 회사를 다니다 70세에 은퇴를 하시고,
너무도 무료해서 스쿨버스 회사에 취직하려고 상업용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셨답니다.
스쿨버스 운전이 힘든 건 아니지만 대형 버스 운전면허증 시험이 어려워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합격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미국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직장에서 거절을 못하는 사회라서 그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할머니 은행원들과 할머니 승무원들을 종종 만나는 이유입니다.
어제는 로토 당첨보다 더 좋은 일이 있는 가족이 한 턱을 울 동네 유명한 해물 식당(Boston Fish Market)에서 냈습니다.
바로 우리 집에서 도보 거리의 식당이지만 그동안 갈 기회가 없었던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입니다.
그런데 서브하는 서너 명의 웨이터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더 들었고 키도 크고 잘 생긴 데다 목소리조차 연예인급인데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맛있는 크램차우더 스프가 살짝 부족해 아쉬워했더니 웨이터의 권한으로 조금 더 퍼다 줍니다.
겉 모습과 다르게 썩 숙련돼 보이지 않은 그분도 혹시 은퇴 이후의 또 다른 삶을 사는 건 아니신지 궁금해 봅니다.
지인 가족의 행복을 나누며 우리도 함께 덩달아 행복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행복한 은퇴가 내꺼이고 싶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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