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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은퇴(감사 60)

매일 감사 2022. 3. 13. 02:57

최근 들어 남편이 자신의 하는 일에 대해 회의적이고 많이 힘들어합니다.
그러다 보니 일에 대해서 나누는 대화의 끝은 늘 은퇴입니다.
은퇴 후 실질적인 소득이 없을지라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싶은 맘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나는 62세에 조기 은퇴하고 싶었지만 남편은 메디케어가 시작되는 65세나 더 나아가서는 67세를 생각합니다.
소셜 연금을 62세에 부터 받으면 70%를 죽을 때까지 받게 되고,
67세에 받으면 100%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연금을 일찍 시작하지 못했고 제한된 상황으로 은퇴 후 받는 금액이 많지 않은 것도 변수 중 하나입니다.
그러나 62세부터 받는 70% 연금액과 67세부터 받는 100% 연금액이 75세가 되면 전체 금액이 같아진답니다.
62세든 67세든 은퇴해서 백세 시대의 평균 연령까지 살려면 노후 자금이 얼마 얼마가 필요하다며 전문가들은 사회적 통계를 내놓습니다.
그러나 내 절대적인 생각은 75세 이후에는 지금처럼 돈을 쓰고 싶어도 쓸 수 없을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노후를 생각해 쓰고 싶어도 절약하는 것이 또 다른 아이러니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꼭 경제적인 측면이 아니더라도 은퇴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그것도 우리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언제든지 하나님께서 허락하시면 은퇴 시작!

펜데믹 이후에 많은 사람들이 조기 은퇴를 하는 추세라고는 하지만 그 은퇴가 모두에게 쉬운 일 만은 아닌 듯합니다.
평생 동안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시던 지인이 70세 은퇴 시점에 파킨슨병에 걸리셔서,
은퇴 후 편안하게 세계 여행을 하면서 보상을 받으시려던 그 부인은 너무도 슬퍼하셨습니다.
40여 년을 몸과 마음을 바쳐 신발 비즈니스를 하시던 지인은 최근에 어렵기도 했지만 100% 연금 받을 연세가 되어 은퇴를 하셨는데,
하던 일을 접으니 우울증이 왔고 더욱이 그 부인은 그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황혼 이혼까지 언급합니다.
친구 중 하나는 결혼 후 미국에 와서 지금까지 남편과 세탁소를 운영하다가,
최근에 갑자기 세탁소를 정리하고 일 없이 일주일을 지냈더니 멘붕이 왔답니다.
그러던 중 지인의 세탁소에 가서 잠깐 일을 도와주는데 스스로에게 생동감이 생기더랍니다.
워낙 오랫동안 일 외에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살았고 그 일을 즐기면서 했던 친구여서 그 일이 곧 그녀의 삶이었던 겁니다.
이제 돈 걱정은 안 해도 되는 친구이니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이루어 보라고 제안을 했습니다.
시간이 많을수록 시간이 더 그리운 내게는 상상 못 할 시간을 보내는 친구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최선이었습니다.


많은 지인들에게서 이런저런 모양의 은퇴 소식을 접하다 보니,
은퇴... 해도, 안 해도 힘든 일인듯 합니다.
우리는 은퇴를 리타이어(Re-tire)라고 명명합니다.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다시 새롭게 달린다는 의미인데,
새 타이어로 갈아 끼우고 무작정 달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방향인가 봅니다.
평생 동안 의사를 천직으로 여기시던 또 다른 지인은 65세에 칼 은퇴를 하시고,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병원에 3년동안 자원봉사를 다녀오셨고 그 분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되기도 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지인은 미국 회사를 다니다 70세에 은퇴를 하시고,
너무도 무료해서 스쿨버스 회사에 취직하려고 상업용 운전면허증 취득을 위해 공부하셨답니다.
스쿨버스 운전이 힘든 건 아니지만 대형 버스 운전면허증 시험이 어려워 3개월 동안 준비했는데 합격했다며 좋아하셨습니다.
미국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일을 할 수만 있으면 직장에서 거절을 못하는 사회라서 그게 가능합니다.
그래서 할머니 은행원들과 할머니 승무원들을 종종 만나는 이유입니다.
어제는 로토 당첨보다 더 좋은 일이 있는 가족이 한 턱을 울 동네 유명한 해물 식당(Boston Fish Market)에서 냈습니다.
바로 우리 집에서 도보 거리의 식당이지만 그동안 갈 기회가 없었던 식당이었는데 음식이 맛있다고 소문난 곳입니다.
그런데 서브하는 서너 명의 웨이터들이 우리보다 나이가 훨씬 더 들었고 키도 크고 잘 생긴 데다 목소리조차 연예인급인데 친절하기까지 합니다.
맛있는 크램차우더 스프가 살짝 부족해 아쉬워했더니 웨이터의 권한으로 조금 더 퍼다 줍니다.
겉 모습과 다르게 썩 숙련돼 보이지 않은 그분도 혹시 은퇴 이후의 또 다른 삶을 사는 건 아니신지 궁금해 봅니다.
지인 가족의 행복을 나누며 우리도 함께 덩달아 행복을 안고 돌아왔습니다.

문어 샐러드, 새우 칼라마리 튀김, 새우 오징어 검보(리조토같은 요리), 맛난 스프와 빵은 먹느라 정신이 팔려서... 

행복한 은퇴가 내꺼이고 싶은 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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