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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합니다.
그 종이 한 장을 넘겨 보겠습니다.
작년에 내가 좋아하는 '파네라 브레드'에서 6개월 정도 일을 했습니다.
그 빵집은 커피와 샌드위치가 맛있는 후렌치 스타일 빵 카페입니다.
지난 10여 년을 참새가 방앗간 드나들듯 자주 다니던 곳이었는데,
펜데믹으로 모임이 금지된 후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곳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작년 여름 코로나가 느슨해질 무렵 혼자서 낭만을 찾아 커피와 빵을 먹으러 갔다가,
일손이 모자라 절절매는 걸 보고는 도와주자(?)는 심정으로 덜컥 취직을 해서,
무리하지 않고 월, 화 이틀을 재미있게 일을 했습니다.
집에서 빵 굽는 게 좋아서 열심을 내던 때라그곳에 취직하면 빵을 더 잘 굽게 될 줄 알았지만,
빵을 구우려면 새벽 3시에 출근해야 한다기에,
어쩔 수 없이 이미 구워진 빵과 샌드위치를 주문받는 카운터에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다 급하게 할머니의 손길이 필요한 손녀에게 다녀오느라 잠정적으로 휴직을 했고,
일 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휴직 중입니다.
오늘부터 2023년 신년 특별 새벽기도가 시작됩니다.
그동안은 집에서 줌으로 했지만 특별한 이번 주는 교회에서 드리기로 합니다.
마치고 집으로 오면서 차창을 때리며 주룩주룩 내리는 비를 바라보니 커피 향기가 나를 유혹합니다.
김유신의 말이 주인님의 습관을 따라 주점으로 향했듯 나의 애마도 나의 마음을 알고 '파네라 브레드'로 향합니다.
그곳은 나에게 어쩌다 뗀 발걸음이었는데,
이미 오래전부터 그곳이 아지트인양 몇몇 지인들이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나를 비롯해 한국 사람들은 이 빵집을 참 좋아합니다.
한참의 수다 후에 각자의 갈길로 다들 떠났지만,
바로 옆에 있는 병원에서 9시에 내과 검진을 받는 옆지기를 기다렸다 브런치를 같이 먹으려고 나 혼자 남았습니다.
피검사를 위해 굼식을 한 옆지기에게 건강한 빵과 수프로 허기를 채워주려는 나의 배려(생색)입니다.
빵집에서 6개월 동안 카운터에서 일 한 혜택은 메뉴를 제대로 알게 된 것입니다.
메뉴 중에 매장 간판엔 없으나 주문은 받을 수 있는 반값 메뉴(value duets)가 있습니다.
이 반값 메뉴는 아는 사람만이 시킬 수 있는 나름 숨은 메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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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치킨 샌드위치와 와일드 라이스 수프를, 옆지기에겐 투나 샌드위치와 토마토 베질 수프를 시켜줬습니다.
더불어 또 하나의 꿀팁이 있습니다.
빵집은 이른 아침부터 커피와 아침 메뉴를 서브하다가 10시 반이 되어야 점심 메뉴를 서브합니다.
그러나 보통 9시경이면 부엌에서는 샌드위치와 수프를 서브할 준비가 완료됩니다.
9시면 점심 메뉴를 주문할 수 있으니 이른 점심을 먹고 싶을 때 도움이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심 메뉴를 주문해도 되냐고 직원에게 묻는 건 서로를 배려하는 선한 예의입니다.
알면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으니 종이 한 장 넘길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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