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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살 땐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어도 한국의 봄꽃을 볼 기회는 제로였습니다.
올해도 못 볼뻔했지만 변경된 황혼 육아 스케줄로 봄꽃들과의 만남이 시작되었습니다.
첨으로 청솔밴드에서 주최하는 ‘광양 매화축제’ 국내 패키지여행을 기대반 호기심반으로 다녀왔습니다.
160 명인 줄 알았던 신청자가 다른 기차역에서도 조인하게 되어 320명이라니 더 놀랍습니다.
게다가 서울역 이층 대합실엔 우리 여행사 말고도 다양한 이름의 여행사 깃발들과 함께 들뜬 여행객들이 많았습니다.

우리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

우리가 타야 하는 이트레인(교육열차)의 정비가 늦어져 30분 지체한다기에 이른 아침 집에서 출발하느라 마시지 못한 커피로 느긋함을 가져봅니다.

우리 단체를 알리는 하트와 예쁜 울 언니

이트레인은 과거 새마을 호를 교육용으로 개조해 수학여행이나 이렇게 패키지여행으로 이용한답니다.  

5번 객실은 돌아오는 길에 흥을 돋우는 가라오케 춤방입니다.

5시간 동안의 지루함을 덜어주려는 주최 측의 노력을 칭찬합니다.
망가져야 재밌다는 말을 곁들이며 우리에게 권해서 찰칵~

모두 새벽기차를 타기 위해 새벽 미명에 집을 나섰기에 서대전을 지나면서 나눠주는 김밥은 밥이 많네 속이 부실하네 하면서 모두들 꿀맛으로 먹었습니다.

자신의 별명이 기안 84라는 이트레인 직원과 함께 했던 다양한 게임은 우리의 지루함을 잊게 해 주는 사이다였습니다.

그렇게 웃다 보니 어느덧 남원역에 도착했습니다.
30분 늦게 출발했으나 기장님이 전속력을 냈는지 원래의 일정대로 도착했습니다.

역에서 기다리는 관광버스를 타고 ‘매화축제’ 장으로 출발했는데 군데군데 좀 막히기도 했습니다.
지난주에도 다녀온 주최 측은 지난 주말보다 덜 밀린다며 우리의 지루함을 감해줍니다.
드디어 근처에 도착했으나 1킬로 남겨놓고는 관광버스 주차장까지 올라갈 수가 없어 모두 내려서 걸었습니다.
길가에도 우리를 반기는 매화가 피어있어 괜찮았습니다.

매화는 드문드문 피기에 가까이 보는 것보다 멀리서 봐야 더 이쁘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더 가까이 보는 것이 좋았습니다.

홍쌍리 청매실 농원의 항아리들도 우리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합니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멋진 우리네 항아리들...

그곳에선 매실 아이스크림을 꼭 먹으라는 대장님의 명령(?)에 따라 긴 줄을 서서 먹었는데 진한 매실향과 스위트함이 왜 먹으라고 했는지 알겠습니다.  

새벽 미명에 집을 떠날 땐 분명 겨울이었는데 매화축제마당은 따뜻한 햇살로 여름만큼 더운 날입니다.  
흐드러진 매화꽃은 우리뿐 아니라 모두를 반겨줍니다.
어느 곳을 바라봐도 예쁘기에 모두들 끊임없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포즈를 취하기도 합니다.
예쁜 포토존들을 많은 대기(?)로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더 머물고 싶었으나 주어진 시간에 맞추기 위해 서둘러 내려오니 섬진강이 우리를 품어줍니다.
사진을 옆지기에게 보내니 ‘재첩국 먹어야겠네~’라는데 재첩국 먹을 시간은 단체에 양보하고 이런 주런 주전부리로 점심을 때웠습니다.  

출발해야 하는 시간에 몇몇 시니어 팀이 버스를 못 찾아 헤매는 바람에 ‘춘양테마파크’와 ‘광한루’에선 정말 왔네 갔네를 했습니다.  

광한루에서도 비록 잠깐이었지만,
언니는 나 빼고 세 자매가 다녀왔던 추억을,
나는 돌아가신 시부모님 모시고 다녀왔던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먹은 원할머니 보쌈 도시락은 모두의 피로와 불만을 잠재우기에 충분했습니다.
민생고를 해결하는 나라님은 뭘 해도 용서가 된다더니...

멋모르고 따라갔던 광양 매화축제 패키지여행은 그 장단점을 제대로 경험하는 기회였습니다.
몸살기운으로 약까지 먹으면서 동행해 준 언니와 함께했기에 뭘 해도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비록 아쉽게 맛본 듯 다녔을지라도 짧은 하루에 예쁜 매화와 잘 만들어진 춘향 테마파크 또 역사를 자랑하는 광한루까지 모두 섭렵했으니 그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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