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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혹한을 조롱이라도 하듯 봄날 같은 햇살이 지붕 위의 눈을 녹입니다.
날이 좋아 일주일 만에 산책을 하려던 계획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나의 날이 좋으니 너의 날도 좋은지 다른 계획들이 자꾸자꾸 생깁니다.
매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주변의 어려운 분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사랑의 나눔' 팀 봉사자들을 위한 송년파티가 열렸습니다.
봉사자들이 많지 않을 때 간헐적으로 돕던 나도 초대되었습니다.
점심은 동네 유명한 일식집에서 수시와 사시미를 캐더링 했습니다.
평소에 음식을 만드느라 애쓰셨으니 오늘만큼은 남이 해준 음식을 드시게 하려는 의도랍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일식, 특히 생선회를 먹으면 속이 편하지 않아 보기에 예쁜 음식을 즐기지는 못했습니다.
생선회 조금, 익힌 롤 그리고 미소 국만 두 그릇 마시며 배를 채웠습니다.
수시와 사시미 앞에서 비빔밥이 생각나는 나는 한쿡 사람입니다.
다들 맛나게 드시는 점심을 옆지기도 그리 썩 즐겁지 않았는지,
저녁은 당신의 힐링 음식인 라면을 먹겠답니다.
내 그럴줄 알았습니다.
아무리 근사한 양식당에서 식사를 충분히 해도 반드시 라면으로 입가심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조금이라도 건강한 라면을 해 주려고 검색하다가,
'이 남자의 cook'에 소개된 '김치 콩나물 라면'을 응용해 만들었습니다.
마침 냉장고에 콩나물이 있어서...
물 3컵에 김치와 마른 새우, 청양고추를 송송 썰어 넣고 10분 정도 끓인 후,
콩나물과 라면과 수프를 넣고 80% 정도 익으면 그릇에 건더기만 건져낸 후,
남은 국물에 계란과 파를 넣어 살짝 끓인 후 건져놓은 라면 위에 부어서 먹으면,
맛있고 쫄깃한 라면을 먹을 수 있다기에...
이 남자는 김치라면을 추천했지만 집에 있는 진라면으로 끓였습니다.
맛이 개운하다며 기분 좋게 먹어주니 덩달아 나도 기분이 풀립니다.
권사님 한 분이 내가 빵을 좋아하는 줄 알고 빵을, 그것도 일본 빵을, 12개나 담긴 박스를 주십니다.
"빵이 너무 부드러워서..."
"에고 저는 빵 먹는 것보다 빵 굽는 걸 더 좋아해요.
제가 만든 빵도 드실 기회를 드릴게요~"
냉동고에 쌓인 빵들을 모두 해 치우기(?) 전에는 절대로 빵을 굽지 않겠다고 했는데...
나누기도 했지만 우리 집 냉동고엔 새로운 빵이 또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주말엔 저 권사님께 답례로 드릴 빵 구울 생각에 이 빵이 밉지 않습니다.
그런데 맛을 본 이 빵은 어떻게 이렇게 부드러운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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