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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일 전야
역이민 카페에서 만난 지인에게서 갑자기 몇 개월 만에 연락이 왔습니다.
처음 내가 뉴저지에 왔을 때 많이 환영해 준 보답으로 점심을 사드렸는데,
그녀는 그걸 다시 갚아야만 하는지 꼭 만나서 영화도 보고 점심도 먹자십니다.
생일 전날이기에 내 생일 축하 선물로 받겠노라고 흔쾌히 수락을 했습니다.
그래서 뉴저지에서 처음으로 영화관엘 갔습니다.
그리고 우린 2시간 40분 동안 뮤지컬을 영화로 만든 ‘위키드’를 리클라인 의자에 누워 재밌게 봤습니다.
그녀는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을 이미 봤지만 그래도 보고싶다셔서 선택한 영화였습니다.
모양만 다른 인생들이 사는 이야기여서 긴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선지 20여 년을 꾸준히 브로드웨이에서 공연 중인가 봅니다.

점심은 나보고 선택하라더니 당신이 원하는 ’ 북창동 순두부‘ 집에서 그녀는 버섯 순두부를 나는 굴 순두부를 먹었습니다 ㅋㅋ  
처음 만나서 우리가 간 곳이 ‘소공동 순두부‘였는데,
‘북창동 순두부‘ 가 훨씬 맛있다며 아마도 그녀는 순두부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입니다.
좌석의 동서남부 테이블이 모두 외국인이니 k-food 열풍이 대단합니다.
왼쪽의 외국인은 내가 먹어도 매울듯한 오징어 볶음을 너무도 맛나게 먹습니다 ㅎㅎ
그렇게 우리는 언제 어떤 모습으로 만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훗날을 기약하며 헤어졌습니다.

* D-day!
엄마의 생일을 위해서 아들이 뉴욕의 미슐랭 프렌치 레스토랑을 오래전에 예약했습니다.
그런데 생일 전날 밤 갑자기 히터가 고장 났습니다.
작년에 새로 지은집인데 어쩌다가...
빌더 워런티가 얼마 전에 끝난 데다 자택은 처음인 아이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하룻밤을 지내야 했습니다.
그동안 따뜻하다가 며칠 전부터 갑자기 추워져서 제대로 혹한을 경험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버겐카운티는 주일에 식당 외엔 문을 닫아야 해서 포터블 히터를 살 수도 없어 사돈댁에서 빌려오게 되었고,
그 와중에 사돈네는 내 생일인걸 알게 되어 우리끼리 지내는 걸 무척 서운해하셨습니다.
상황이 이래서 예약을 취소하고 가지 말자고 했더니 어차피 집이 추워서 나가는 건 오히려 잘된 거라나 뭐라나~
아침을 사러 나간다던 아들은 며늘이 예약 주문한 케이크를 들고 들어왔고 이안이는 할머니 덕에 하트 켄들 라이트 쇼까지 보며 어리둥절합니다.
한국빵은 달지 않아서 좋다지만 아침부터 생크림빵으로 속을 뒤집어 놓습니다.
하지만 이어 아이들이 내민 선물박스와 박스 속 꽃과 현금이 뒤집힌 속을 내려놓습니다 ㅋㅋ

식사 예약 시간에 맞춰 우리말로 ‘Hi~'라는 'La Cou Cou'에 도착했습니다.
따뜻한 분위기의 식당 내부가 심플한 게 맘에 들었습니다.

메뉴는 애피타이저와 메인 디시가 나오는데 예닐곱 가지 중 한 가지씩 선택해야 했습니다.
음식은 미슐랭 스타 식당 중에선 비싸지 않다(일인당 69불)고 안심시키고 데려가더니 세 명의 식사비보다 비싼 와인을 시킵니다.
엄마 생일을 제대로 기념해야 한다나 뭐라나~

정작 맛진 건 본음식보다 더 비싼 추가 금액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메뉴를 열심히 들여다보며 쉽게 결정을 못하는 걸 본 이안이가 해결해 주려는 듯 들여다보기 시작합니다.

주문할 와인에 대한 설명을 듣는 것도 신기한 듯 이안이는 그냥 지나치지 않습니다.
음식메뉴는 A4용지 한 장인데 와인 메뉴는 책자로 한 권입니다.

그렇게 이안이의 도움(ㅋㅋ)으로 주문한 와인으로 가족의 축복을 받으며 생일 만찬을 시작했습니다.  

각자 선택한 애피타이저와 메인디쉬로 생각보다 든든히 먹고 디저트배는 바로 곁에 있는 차이나타운의 유명한 아이스크림집에서 먹기로 했습니다.

내꺼...
며늘꺼...
아들꺼...

배가 불러 디저트를 주문하지 않았더니 체크와 함께 미니마카롱과 과일젤리를 내어줍니다.

젤리는 시고 마카롱은 달고...우리의 인생 곡선입니다~

차이나 티운에서 최고로 부자일 거라는 아이스크림집에서 타로맛 아이스크림을 사 먹고 주변을 한 바퀴 돌고 ‘허드슨 야드’로 쇼핑을 갔습니다.

아들이 쇼핑 중 엄마는 명품을 사줘도 못 살 거라고 비아냥 거리면서 필요한 것이 있으면 다 사자고 하기에,
주말에 뉴욕 돌아다니기 간편한 크로스바디 가방이 필요하다고 했더니,
엄마가 명품은 관심이 없는 걸 알기에 아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프라다’ 가방을 사주겠다는 걸 간신히 말려 ‘루루레몬’에서 0 하나 덜 붙지만 프라다 제품과 디자인이 비슷한 가방 하나를 들고 나왔습니다.
명품을 사줘도 못 산다는 아들의 말이 맞았지만 사실 난 명품은 사줘도 안 사겠습니다.

우여곡절끝에 들고나온 백불짜리 크로스바디 가방, 이걸로 충분합니다.

* 허튼짓쟁이 옆지기
한국과의 시차 때문에 옆지기에게서 미리 생일 축하 메시지를 받고 보니 무슨 상품권을 보냈답니다.
열어보니 내가 좋아하는 ‘파네라 브레드‘ 상품권을 백 불짜리를 사서 보냈습니다.
지금 파멜라 상품권 세일 중이라 백불사면 20불 추가로 선물을 받는 시기인데...
옆지기는 늘 그렇게 허튼짓을 해서 해주고도 크레디트를 못 얻습니다.
내 돈이 네 돈이라며 알아서 사고 싶은 걸 사라던 사람이...
왜 안 하던 짓을 하는지 이제 늙어가나 봅니다.
그리고 지금 한화를 달러로 바꾸면 더블로 손해인데...
네돈이 내돈이라 더 억을합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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