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년 전 아들이 사준 에어팟 오른쪽이 먹통이 되었습니다. 왼쪽은 살아있어서 모노로 듣다가 옆지기에게 지나가는 말을 했더니 인터넷에서 싸구리 무선 이어폰을 사줍니다. 내가 좋아하는 애벌레 색은 그 나름의 배려였지만... 아들과 옆지기의 주머니의 크기가 다릅니다 ㅋㅋ 듣는 데는 지장이 없었지만 몇 년을 에어팟에 익숙한 탓에 조금은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아이폰 서비스 센터의 채팅창을 통해 도움을 받았습니다. 더러우면 청소하고 어쩌고 저쩌고... 그리고 다시 리셋을 했더니, 따라~ 그렇게 내 아이팟이 원상 복귀되었습니다. 오키드도 새가 알을 낳듯 하루에 하나씩, 오늘 두 번째 꽃을 피워줍니다. 때를 따라 이렇게 위로해 주니 반려식물 맞습니다.

지난 몇 주 날이 너무 추워 삼층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이층 식물들이 주인님께 외면을 당했습니다. 같은 시기에 두 쌍둥이 꽃대로 올라온 오키드 난 중 한 쌍둥이 꽃망울이 성장을 멈춘듯해 화분을 만져보니 수분 제로입니다. 곁에 있는 화분은 깨져서 쉽게 마르기에 늘 염두에 두었지만, 정작 튼튼한 다른 화분은 깨진 화분만큼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게 원인인듯합니다. 그래도 물을 줄 땐 골고루 준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곁에 있는 화분엔 물을 주는 걸 잊었나 봅니다. 아픈 손가락에 더 많은 사랑과 연민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었나 봅니다. 깨진 화분에 태어나 편애받던 꽃대는 그 마음을 아는 듯 옆 쌍둥이를 바라봅니다. 작년의 혹독한 추위로 얼었던 오키드도 살려보려고 데려왔는데 꽃은 떨어지고 잎사귀조차 말라가니 살게..

어젯밤부터 다시 내리기 시작한 눈이 하루종일 쉬지 않고 내립니다. 눈발이 굵지 않아 아직 많이 쌓이지 않았지만 꾸준함엔 장사가 없을 테니... 오전에 귀찮아서 망설이다가 간신히 스트레치 클래스를 다녀왔습니다. 눈이 오고 추워선지 학생들이 많지 않았지만, 언제나 그랬듯이 70대 할머니인 캐롤 선생님은 늘 우리를 기분 좋게 하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덕분에 몸도 마음도 행복을 장착하고 돌아왔습니다. 다녀오길 잘했습니다. 눈 내리고 기온이 뚝뚝 떨어지니 실내 난방이 쉬지 않고 일을 합니다. 따뜻한 실내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오키드들은 걱정이 자기들의 몫인양 성장을 멈췄습니다. 11월에 4대째 꽃망울을 맺은 후 두 달이 지나도록 여전히 야무지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저러다 하나가 열리면 그 후엔 경쟁하듯 개화할꺼..

내게는 너무도 짧았던 한 달 동안의 한국 방문이 누구(?)에게는 길었던지 돌아오는 날 예쁜 오키드난으로 환영 인사를 합니다 ㅋㅋ 벌써 그렇게 두 주가 지나갑니다. 여름 내내 밖에 있던 사계절 식물을 흙 파리 때문에 들여놔야 할지를 고민하느라 집안에 있던 식물들에게 곁을 주지 않았던터라 이제야 오키드의 새 꽃줄기를 발견했습니다. 그것도 두 줄기나...야호~ 새 오키드 곁에서 잠잠하던 3살 배기 오키드가 질투심을 드러냅니다. 복음을 전파하다 감옥에 갇힌 사도 바울로 인해 어떤 사람들이 다툼과 시기심으로 복음을 전파합니다. 그를 두고 사도 바울이 말합니다. "... 전파되는 것은 그리스도니 이로써 나는 기뻐하고 기뻐하리라"(빌 1:18) 그 말씀을 인용해 오키드 속에 있는 것이 질투이든 선함이든 앞으로 보게 ..

5월임에도 집안에서는 여전히 낮밤으로 히터가 돌아갑니다. 지난 주말부터 내리던 겨울비도 장맛비처럼 여전히 내립니다. 오후에 잠깐 내리던 비가 멈추기에 집 주위를 걸었습니다. 추위 속에 핀 이 목련 나무는 작년에도 신기해서 한참을 바라봤었는데... 정원지기가 가지치기를 하지 않아선지 잔머리처럼 줄기가 올라오고 그 줄기에 꽃이 피었습니다. 그 정원지기가 이렇게 꽃이 필 것을 미리 알고 일부러 배려를 한 듯해 피는 꽃들이 더 아름답습니다. 우리 집 거실엔 네 자매 오키드, 12 사도 오키드 그리고 새로 올라온 꽃대에 매달린 꽃망울들이 노래를 합니다, 어제 선물로 들어온 튤립도 함께 노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