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인데 시원한 아침입니다. 창문을 모두 활짝 열고 커피 한잔을 들고 뒤뜰로 나섰습니다. 집에서의 이런 여유는 여름이 시작되고 오랜만에 맞아보는 은혜입니다. 커피를 마시며 손바닥 텃밭을 세밀히 들여다봅니다.커피를 다 마실즈음 호기심이 발동합니다. 육쪽마늘을 7월 중순쯤에 수확하라시던 농부 권사님의 말이 생각나 아직은 조금 이르지만 뽑아봤는데... 이런~ 우리 집 마늘은 아직 많이 이릅니다.바람났던 무 싹 밑동을 잘라 심었고 입이 자라기 시작하기에 그럼 무가 생기나? 싶은 바보 같은 궁금증으로 뽑아보니... 이런~ 실뿌리조차 없이 무의 기운으로 가시고기처럼 자랍니다.우리 단지 맨 끝에 사는 젊은 이들이 휴가를 떠나려나 봅니다. 방문객 주차장에서 뭔가를 한참을 설치하는데 보니 한국에서 유행 중인 차박을 따라..

여름의 끝자락을 알리기라도 하듯, 밤새 우르릉 쾅쾅 천둥과 함께 세찬 가을비가 내리더니, 오늘 하루는 무척이나 시원합니다. 한국에서 심하게 내린 터라 예쁘게 보이지 않는 비일지라도, 물주는 나의 수고를 덜어주니 내게는 단비입니다. 오후에 나가니 뒤뜰의 꽃들도 가을 준비가 한창입니다. 우리 집과 동갑내기 블루베리는 벌써 붉은 옷을 입었습니다. 부추와 고수는 꽃으로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부추는 지인들이 주셔서, 고수는 가게에서 사다 먹었더니 주인님께 꽃으로 응답합니다.

채소씨를 심으면 먹거리와 예쁘게 꽃을 피워주니 참 고맙습니다. 이른 봄에 2층 발코니 화분에 뿌린 상추에 진딧물이 많이 생겨서 다 뽑아 버렸는데 한그루가 살아남았습니다. 일층 텃밭에 옮겨주었는데 오늘 보니 아주 노랗게 귀엽고 예쁜 꽃이 피었습니다. 두 번째 심은 고수가 작고 하얀 꽃을 피워줍니다. 첫 번째는 모르고 뿌리까지 뽑아 먹어서 꽃을 못 봤는데... 참새들이 시도 때도 없이 위아래 층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뭔가를 먹고 주변을 똥밭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아마도 무성하게 핀 깨 꽃씨와 부추 꽃씨를 잡수러 온 모양입니다. 내년에 나올 만큼은 남기고 먹어주세요. 이렇게 싹이 나고 꽃이 피는 걸 즐기다 보니 요새는 씨만 보면 심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에 레몬 씨를 그냥 화분에 쿡 찔러 놓았더니 파랗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