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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Daily Blessing)

541. 울뻔 하다가 웃는 날

매일 감사 2021. 10. 12. 07:34

울 남편은 정말 손이 많이 가는 사람입니다.
뭐든 옆에서 챙겨줘야 하고 가끔 저지르는 일들의 수습은 내 일입니다.
어제저녁 결혼 40주년을 맞으신 내외분과 화교가 운영하는 유명한 중국 식당(Chef Ping)에서 저녁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남편이 전화기를 그 식당에 떨어뜨리고 온 것을 알게 된 시간이 12시가 다 되어서였기에 당황스러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이 뇌의 기능을 전화기에 담아놓고 사는 남편이나 나에게 전화기 없이는 멘붕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전화기의 위치를 추적하니 여전히 식당에 있습니다.
그러나 월요일이 그 식당의 공식 휴일이라며 한숨을 위아래로 쉬며 걱정하는 남편을 데리고 그냥 무작정 가 봤습니다.
식당 문은 닫았지만 다행히 일주일 음식을 준비하는지 주방에 사람들이 있어서 카운터에 보관된 전화기를 찾았습니다.
기대하지 않고 간 식당에서 전화기를 찾게 되니 오늘의 나머지 모든 시간은 선물이며 은혜입니다.
그렇게 얻은 시간으로 집에서 멀리 떨어진 그 식당 근처에 있는 엘크 공원을 걸었습니다.
오후부터 비 소식이 있어서 구름이 잔뜩끼긴 했지만 일 년 만에 걷는 그 공원길은 특별합니다.
때로는 계획했던 일보다 다가온 뜻밖의 일들로 인해 때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합니다.
오늘은 울뻔하다가 행복하게 웃는 날입니다.
걷기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온 순간부터 빗방울이 뿌리기 시작합니다.

숲길 전체를 다 걸으려면 7.3마일을 걸어야 하는데... 써클로 되어있으니 적당히 갔다가 돌아오기엔 억울하고... 걸어보고, 몸상태를 보고 결정하자며 무작정 출발합니다.
 "따르릉 따르릉 비켜나세요" vs "따르릉 하고 비켜가세요" 누가 주인공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
공같은 버섯과 모자같은 버섯
옹기종기 모여 사이좋게 지내는 예쁜 벌레들
이런 저런 모양으로 낚시를 즐기는 사람들
엘크에 관한 이야기...엘크를 더 가까이 보려다가 뱀에게 물릴뻔 휴우~
너무도 멋진, 뿔이 어마어마하게 큰 숫놈이 우리를 가까이 유혹합니다. 
어미인지 새끼인지 구분이 힘든 뿔 없는 엘크들이 여럿 있습니다.
한바퀴를 돌것인가 2/3 시점에서 되돌아 갈 것인가를, 다정하게 손 잡고 앞서 걷는 저 여인들이 결정해줍니다. 저 뒤를 계속 따라가야 한바퀴를 돌게 되는데...조금 덜 걷기로 하고 되돌아서면서 시나리오를 씁니다.
되돌아 오는 길에는 뿔이 근사한 앨크가 일어서서 맵씨를 뽐냅니다.
짠 나타난 새끼 엘크가 모두에게 사랑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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