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일상(Daily Blessing)

481. 세월

매일 감사 2021. 8. 14. 07:54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뜨겁던 날이 아침 저녁으로 선선합니다.
우리 집 일층 뒷뜰에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솜방망이같던 꽃송이가 지니 나뭇잎이 겨울을 준비합니다.
작년 이사기념으로 심은 불루베리는 열매는 주지않고 단풍만 보여줍니다.
깻잎은 여전히 싱그러운데...곁에 있는 금잔화가 깻잎에 치어서 자라지도 퍼지지도 않습니다. 모두다...는 안되는 모양입니다.
몇개 안되는 올해 꽃은 그냥 떨어지게 놔두고 내년에 다시 태어나 풍성해지길 기대해 봐야겠습니다.
어제 아침에 두번째 호박인지 참외인지 모르는 꽃이 오늘 나가보니 똑 떨어졌습니다. 정체모를 이 아이는 이대로 보내야 하나봅니다.
끝난듯한 당근꽃(앤 왕비 레이스)도 마지막으로 안간힘을 씁니다. 레이스까지는 아니지만 최선을 다합니다.
세찬 비바람에 꺽어진 코스모스가 소생합니다. 생명은 참 신기합니다. 꽃도 피워주려나...
이층 화분에서 불청객으로 자라다 이사온 까마중이 열매를 맺었습니다. Yah~~내년에 다시 태어나 주길 기대해 봅니다.
얼마전 끝동까지 싹 잘라서 부추빵을 만들어 먹었는데 다시 자라더니 꽃대까지 생깁니다. 꽃을 한번더 보여주려나 봅니다.


조심스레 함께 식사를 요청한 권사님과 양식당(wildfire)엘 갔습니다.

연어 요리가 짭조름한 간장 소스로 제법 맛을 냅니다. 미처 사진에 담지못한 양배추소를 넣은 마늘빵은 언젠가는 만들고 싶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사회가 불안해도 식당은 빈자리가 거의 없습니다.
정신과나 상담학을 공부한건 아니지만 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게 나의 일입니다.
권사님은 7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와 30년동안 간호사로 근무하셨답니다.
남편 집사님도 의사로 오랫동안 일하시다가 3년전 은퇴를 하셨는데 심한 폐질환땜에 산소통을 24시간 매고 지내셔야 한답니다.
결혼에 관심이 없는 두 아들을 두셔서 불행(?)하다고 하십니다.
그리곤 라떼 이야기로 추억을 소환했습니다.

오래전 좋은 글 중에서 '사랑해야 하는 이유'를 읽고 수긍했던 글입니다.
40대엔 미모의 평준화가
50대엔 지성의 평준화가
60대엔 물질의 평준화가
70대엔 건강의 평준화가
80대엔 자손의 평준화가
90대엔 목숨이 평준화가 이루어 진답니다.
나이가 들면서 산은 낮아지고 계곡은 높아져서 이런 일, 저런 일 모두가 비슷해 진다는 것입니다.
많이 가진 자의 즐거움이 적게 가진 자의 기쁨에 못 미친답니다.
많이 아는 자의 만족이 못 배운 자의 감사에 못 미친답니다.
이렇게 저렇게 빼고 더하다 보면 마지막 계산은 비슷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교만하거나 자랑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우리가 친절하고 겸손하고 서로 사랑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이미 건강의 평준화와 자손의 평준화 길을 걷고 계시는 두 분에게도 세월은 비껴가지 않습니다.
나도 그 평준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러니 덜 교만하고 덜 자랑하고 더 친절하고 겸손하게 더 사랑하며 살아가야 합니다.



지난 며칠 뜨거워서, 또 비가와서 나가지 못했던 산책을 거위의 호수로 저녁 늦게 나섰습니다.
깡패 가족(주변의 거위들을 싸워서 쫒아내는)만 남은 쓸쓸한 호수에서 사료를 주고 돌아서려는데 하늘 저편에서 거위 10여마리가 날아옵니다.
혹시나 하고 기다리니 역시 우리를 아는 거위들입니다.
아기때는 새끼거위 숫자로 가족을 구분했는데 어른이 되고나서는 너무도 비슷하게 생겨서 구분이 안됩니다.
우리에게 다가와야 우리가 먹이던 거위입니다.
싱글맘(10마리)가족과 발람이네(흰눈박이)식구를 거의 3주만에 만났는데 다가옵니다.
어려서부터 사료를 받아 먹지 않던 거위들은 절대로 가까이 오지 않고 도망갑니다.
이미 사료를 깡패 가족에게 거의 먹인 후라 조금 밖에 먹일 수 밖에 없어서 미안했습니다.

거위를 무서워하는 석양을 주로 찍는 할머니인데 남편이 손으로 무서운 거위를 먹이는게 너무도 신기한지 허락을 요청하고 찍습니다.
구름너머 지는 태양이 넓은 하늘에 물감을 뿌리고 서서히 물러갑니다.
날아온 거위들이 우리가 먹이던 싱글맘이네와 발람이네 거위 맞습니다.
어두워서 잘 안보이지만 흰눈박이는 쉽게 구분이 됩니다.

그래서 다음날 여전히 햇살이 뜨거움에도 불구하고 어제 제대로 먹이지 못한 싱글맘네와 발람이네를 궁금해하며 사료를 들고 나섰습니다.
싱글맘네는 보이지 않고 발람이네만 있습니다.
발람이네가 있던 곳에 지나가던 개가 더위를 식히느라 한참을 머뭅니다.
떠나기가 무섭게 반갑게 다가와 재회를 합니다.
발람이네는 우리와 제일 가깝게 지내던 거위가족입니다.
발람이네는 이상하게 옮겨다니는 호수마다 우연하게 우리와 마주쳐서 특별한 인연이었는데...
이번엔 거의 3주만에 만나서 너무도 반가왔습니다.

거위를 체이스했는지 거위들이 멀리서 빨리 나가라고 꽥꽥 울어댑니다.
개가 떠나기가 무섭게 다가옵니다. 입벌리고 앞장서서 달려오는 아빠인 발람이 입니다. 크기도 보면 보면 부모자식간에 구분이 힘들지만 아이들은 여전히 삐약삐약거립니다. .
먹이면서 급히 먹는 거위들을 바라보며 그동안 굶주렸나보라고 측은해합니다. 든든한 후견인을 둔 거위들은 좋겠습니다.

 

'일상(Daily Bless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484. 저녁엔 또 타이완국수  (8) 2021.08.15
483. 오렌지 넣은 오렌지빵  (4) 2021.08.15
480. “재회”  (4) 2021.08.13
479. “전쟁”  (2) 2021.08.13
478. 매미  (2) 2021.08.11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