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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복날 염소탕 전문점인 전주식당으로 가기 위해 집을 나섰습니다.
빵을 굽느라 서두르긴 했지만 늦지 않게 출발했는데 머피의 법칙이 따라옵니다.
평소엔 메트라(짧은 전철)가 지나가는 철도에 오늘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화물차가 지나갑니다.


5분 전에 도착하려다 5분 늦게 도착했습니다.
답례로 드리려던 빵을 죄송한 마음에 미리 드렸다가 화기애애한 만남이 되었습니다.
염소탕 전문 집답게 몸에 좋은 염소탕은 잡내 없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야곱에게 이삭의 축복을 받게 하기 위해 리브가가 끓인 별미인 염소탕이 이 맛이었으려나...

* 어르신 1
음식에 대해 진심이신 권사님 한 분이 당신이 유일하게 다니는 식당이라고 하십니다.
40대에 홀로 되어 온갖 고생을 하시며 아들 둘과 딸을 훌륭하게 키워내신 분입니다.
당뇨 때문에 식단관리를 철저히 하시는 분이기에 빵에 설탕을 많이 절제해서 넣고 구웠다며,
그래서 맛없으면 권사님 책임이라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래선지 80이 넘으셨음에도 오히려 나보다 건강해 보입니다.
* 어르신 2
염소탕을 처음 드셔 보신다는 권사님 한 분은 정말 맛나다며 음식값을 당신이 내신다고 선언하십니다.
작년에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 낚시하시다가 물결에 휩싸여 돌아가신 남편 때문에,
여전히 마음 한 구석에 놀람과 슬픔이 자리 잡고 있는 80대 권사님이십니다.
최근 들어 손 떨림이 심해지신 권사님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알 수 없는 슬픔이 전달됩니다.
가족들이 어머님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울 권사님 좋으신 분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짧은 시간 동안 당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많이 하셨는데, 혼자 말을 너무 많이 했다고 미안해하십니다.
8.15 광복과 6.25 전쟁을 겪었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짧은 시간에 담아내시니 시간이 짧은 건 당연합니다.
1.4 후퇴 때 극적으로 피난 내려오셔서 지금의 당신이 있게 된 것은 축복이었다고 고백하십니다.
권사님의 말씀대로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인도하신 은혜 맞습니다.
* 어르신 3
1년 전 예쁜 권사님을 갑자기 심장마비로 먼저 떠나보냈지만
꿋꿋하게 주변의 어려운 이웃을 돌보시면서 당신에게 남은 날들을 보람 있게 살려고 애쓰시는
역시 80이 넘으신 울 장로님은 멋쟁이십니다.
건강과 취미를 위해 시작한 라인댄스와 볼륨댄스는 이제 수준급이랍니다.
다만 볼륨댄스가 사교댄스인 만큼 선을 확실하게 하신다는 묻지도 않은 답을 하십니다.
하긴 아내가 살아있을 때도 혼자서 라인 댄스 교실을 다니시던 분이시지만...
부인 권사님은 다리가 아프셔서 춤과는 친하지 않으셨기에...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방문하실 계획이어서 다음 만남은 한국에서~
이제 우리 앞에 펼쳐진 믿음의 경주를 잘 마칠 수 있도록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가기로 다짐하고 헤어졌습니다.
어르신들 모두 강건하시길 소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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