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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늦잠을 자도 되는데 새벽 5시 반에 깨어납니다. 입추와 말복이 지나니 내리는 비로 가을을 재촉합니다. 미스트처럼 내리는 쓸쓸한 비를 맞으며 새벽을 깨우러 동네 온누리 교회로 향합니다. 느헤미야 13장으로 마음의 찔림을 받는 말씀과 기도로 충전받고 성전을 나섭니다. 이제 그 말씀을 녹인 삶인 모습을 자녀에게 보야줘야 하는데...주말엔 아들내외에게 이안이를 양보하고 무작정 뉴욕으로 떠납니다. 버스 타기 전 파리 바케트에서 막 내린 라바짜 커피와 파파로티 커피번으로 속을 달래주며 축축한 창밖을 내다보는데 돌싱녀에게서 반가운 톡이 날아옵니다. 서로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비가 내리니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하루를 보내자고 합니다. 다른 계획이 없는 한 매주 토요일은 둘이 함께하기로 무언의 약속을 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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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오전, 옆지기가 남겨놓은 일을 처리하고 동네 우체국에서 우편물을 보낸 후,길 건너 파리 바게트에서 카푸치노와 커피번을 사들고 광장 벤치에 앉아 아침을 먹으며 주위를 돌아봅니다. 부지런한 사람들로 광장과 빵집이 북새통입니다.잠시 후 지팡이를 의지한 한국 할머니인듯한 분이 옆 벤치에 앉으십니다. 광장에서 강아지들과 아기가 노는 모습을 지켜보는데,그 할머니가 내 쪽으로 손짓을 하십니다.다른 사람을 부르는 줄 알고 주변을 둘러보니 나를 부르신 겁니다. 혼자서 조신하게(?) 앉아 있기에 말동무하자고 부르셨다며 이야기가 하시고 싶었던 모양입니다.연세가 86세이신데 젊어 보이신다니 그런 말을 많이 듣으셨다며, 남편이 떠나 보낸 후 오랫동안 살았던 대궐 같은 집을 정리하고 지금은 원베드 코업 아파트에서 혼자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