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법을 두 번 어기고도 살아남았습니다. 한 번은 캐지 말라는 산마늘을 캤고, 그다음은 무단횡단을 했습니다. 모처럼 비가 내리지 않는 오후에 길 건너 강가를 걷다가, 이제는 다른 풀들이 올라와 거의 보기 힘든 산마늘, 게다가 많이 쇠어서 먹기 힘든 산마늘 한 뭉치가 저만치 나무밑에서 내게 손짓을 합니다. 힘을 주지 않아도 일주일 동안 비가 와선지 쉽게 뿌리까지 올라옵니다. 뿌리까지 뽑으면 다음 해야 올라오지 않기에 뿌리는 뽑지 말라고는 들었지만, 뿌리가 맛이 더 좋은 게 문제입니다. 암튼 많이도 아닌 10여 뿌리를 뽑아 들고 걷고 있는데, 숲 속 병든 나무들을 치료하느라 카운티에서 나와서 약을 뿌리며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내 손에 들려있는 산마늘을 보면서 보호받는 숲 속에선 풀조차 채취하면 ..
이상하게 봄이 오면 실외보다 실내에서 한기를 더 느낍니다. 밖이 살짝 흐리긴 했지만 오늘도 여전히 집안은 으슬으슬 춥고 심지어 히터까지 돌아갑니다. 덕분에 실내 화분에 뿌린 샐러드용 상추는 신이 나서 올라옵니다.산책 중 집 앞 강가에서 산마늘을 조금 뜯어 왔습니다. 원래는 아무것도 없는 숲에 산마늘만 올라와야 하는 시기인데, 실수로 여름이 봄을 잠깐 앞지르는 바람에, 산마늘과 비슷한 엘레지와 잡초들이 함께 올라와서 몇몇 엘레지까지 우리 집구경을 시켜줍니다. 소중한 산마늘은 피클로 담아 아껴먹기로 합니다. 텃밭에 진심인 권사님께서 처음 올라오는 순들은 모두 약초라며 감사하게 산나물을 듬뿍 뜯어주십니다. 조리법을 검색하니 생으로 무쳐먹으려면 여러 가지 양념을 넣어야 하지만, 살짝 데쳐서 무쳐 먹으면 소금, ..
* 매일 요리 한 가지 밑반찬이 없어 매일 뭔가를 만들어야 하는 우리 집 식탁 덕분에 나의 요리솜씨는 스스로 일취월장 중입니다 ㅋㅋ 전엔 메뉴에 따라 재료를 사 왔지만 이제는 있는 재료에 따라 음식을 만들기도 합니다. 냉장고의 시금치 한 단과 냉동실의 새우로 시금치 새우볶음 요리를 뚝딱~ 올리브 오일에 편마늘과 잘게 썬 청양고추를 함께 볶다가 손질한 새우와 데치지 않은 시금치를 넣고 굴소스 2큰술로 볶으면 끝~ 중화풍을 내려면 녹말가루를 조금 풀어서 넣어주면 나도 중국집 요리사^^ * 매일 맞이하는 사계절 요새는 하루에 사계절이 다 찾아옵니다. 새벽엔 겨울인 듯 히터가 제대로 돌아가고, 오전엔 아직은 차가운 봄바람이 뺨에 스치고, 한 낮엔 여름이 되어 에어컨이 돌아가고, 오후엔 가을 햇빛이 긴 그림자를 ..
밤새 봄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더니 훈훈한 봄바람까지 불어옵니다. 외출 준비로 바쁜 와중에 뒷마당의 집마늘과 산마늘이 밤새 궁금해서 나가봅니다. 우와~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집마늘은 이내 속살을 드러냅니다. 게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보니 4월 중순쯤이 되어야 안부하는 산마늘이 올 해는 일찍 손을 내밀어 줍니다.이른 봄의 우리 집 뒷마당은 마늘 동산입니다^^지인과 점심을 풀코스로 먹고 나니 걸어야 살 것 같아 오후에 집 앞 숲길을 찾았습니다. 젖은 길일 것을 예상했는데 그렇게 나쁘진 않았습니다. 산마늘 올라오는 길목에 들어서면서 혹시 여기는 하고 들어가보니 역시 숲길에도 산마늘이 올라왔습니다. 그것도 너무나 예쁘게...
시카고의 이름이 산마늘에서 유래될 정도로 우리 동네 어디든 산마늘이 참 많습니다. 4월 초, 긴 겨울이 끝날 무렵 제일 먼저 기다렸다는 듯이 파랗게 올라왔다가, 한 달 정도 잘 자라다가 다른 풀들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흔적도 없이 녹아서 사라지는 너무도 신기한 식물입니다. 마늘처럼 쌉싸름함과 달콤함을 품은 정말 신기한 나물입니다. 그러나 주립공원 내에서는 채취가 금지되어서 산책 길에서 만나는 산마늘은 모두 그림의 떡입니다. 첫 해는 멋모르고 채취했고, 둘째 해는 아쉬워서 슬쩍 채취했지만, 올 해부터는 꾹 참기로 했습니다. 그런 내 마음을 들킨 듯 지인이 귀한 산마늘을 한 보따리 선물로 주십니다. 뭔가의 보답으로 주셨기에 어찌 구했는지 여쭙지는 않았지만 맘은 아주 조금 불편했습니다. 수요가 많아 한인들이 ..
드디어 손녀 호텔 육아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비록 부활 주일 예배를 마치고 다시 돌아가 한 주간을 더 돌봐줘야 하지만... 여행 일정이 부활절 휴가기간과 겹쳐서 공항은 인산인해입니다. 그동안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많은 것들을 온라인으로 대체하며 지냈습니다.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과의 만남이 그랬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것들을 잃기도 또 많은 것들을 얻기도 했습니다. 아직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고 5월 3일까지 비행기에서는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그동안 참아왔던 여행들을 서서히 시작하는 분위기입니다. 엄마가 고생할까봐 직항을 샀고 그 시간이 새벽이어서 며칠 후에 다시 만나겠지만 라일리와는 작별인사도 못하고 헤어졌습니다. 남편은 나름 집 정리를 하면서 살았다는데 내 맘에는 들지 않으니 힘든 건 내 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