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과 31일에 뜰 보름달이 수퍼문이니 블루문이니 모두들 한 마디씩 합니다. 30일은 저녁까지 바빠서... 31일도 바빴기에 멀리 못 가고 동네 호숫가로 갔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14년 동안 보기 힘들 거라니 왠지 놓치면 안 될 것 같아 8시가 넘은 시간에 올라올 보름달을 기대하며 호숫가를 어슬렁 거렸습니다. 주변에 나무가 많아 제시간에 볼순 없었지만 10여분이 지나고 나니 붉은 달이 공연장 근처에서 두둥~ 올라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주중에 켜놓지 않던 공연장 조명이 오늘은 왜 들어와 있는지... 평소에 고맙던 호수 주변의 가로등 불빛으로 수퍼문이 아쉽긴 했지만 그 빛들 가운데서도 여전히 뛰어납니다. 주말도 아닌데 야구장과 축구장엔 게임 삼매경에 불을 환하게 켜 놓아서 아쉽긴 했지..
이틀 전 개기월식이라기에 호기심에 깜깜한 새벽에 밖에 나가 시간차로 이미 가려진 붉은 달을 겨우 보았고 시차를 두고 다시 나갔을 땐 저물어가는 달의 누운 모습을 봤습니다. 천문대 관계자들 아닌 이상 관찰하기 힘든 달구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이른 저녁을 먹고 나선길에 붉고 둥그렇게 떠오르는 2% 부족한 보름달을 만났습니다. 개기월식때의 붉은 달보다 더 붉고 멋진 달~ 생각지도 못했다가 만난 보름달이 너무도 반가워 계속 달을 향해 걷다 보니 오늘의 만보는 수월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씩 뜨는 보름달인데... 이젠 애쓰지 말아야겠습니다.
낀 세대라는 말이 있는데 보통 50-60대가 그 시기인데, 위로는 부모를 봉양해야 하고 아래로는 자녀를 양육해야 하는 세대랍니다. 양가 부모님이 모두 소천하셨고 자녀들도 모두 출가했으니 내게는 걸맞은 듯 한 단어입니다. 하지만 나는 또 다른 종류의 낀 세대를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오래 살았지만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산 날이 짧은 건 아닌데 가끔 한글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구글의 도움을 얻어야 하니 어떤 의미로 낀 세대 맞습니다. 미국에서 살아온 날이 한국의 세월보다 많아지지만,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형식에 불과하고 한국의 추석은 보름달을 바라보며 추억으로만 지키는 그야말로 낀 세대입니다. 2022년 한가위입니다. 지평선에 낮게 깔린 구름으로 인해 떠오르는 보름달 대신 30여분 지난 후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