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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교통사고로 남편을 먼저 떠나 보낸 소녀같은 집사님이 통 두문불출이십니다. 유난히 꽃을 좋아하셔서 토요일에 둘이서 꽃동산엘 가자고 데이트 신청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한 충분한 시간이 집사님께는 아직인가 봅니다. 코로나에 걸린 것도 아닌데 입맛이 없으시다기에 겉절이를 만들었고, 밤늦게 반죽을 하고 밤새도록 냉장고에서 저온발효까지 한 부추 마늘 치즈빵도 구웠습니다. 어부지리로 시식을 한 남편이 빵집 빵보다 더 폭신하고 맛있다며 칭찬까지 합니다. 오늘 구운 빵의 임자는 다른 사람인가 봅니다. 며칠전 가을의 시작인 입추에 들어서면서 지난 며칠 제법 쾌적한 날들 입니다. 집사님 말대로 오늘은 매미소리대신 풀벌레 소리가 가을을 재촉합니다. 집사님의 남편에 대한 미안함이 아스라이 멀어지는 날 난 다시 빵을 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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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집사님과 1년 6개월만에 소공동 순두부집에서 반갑게 만나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6년전 사랑하는 외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천국에 보낸 집사님께서 "하나님께서 왜 착한 우리 아들을...?"...하실때 나는 집사님께 드릴 말씀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다 알 수 없지만 하나님께서 많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데려가시는 것 같다고 소심하게 말했는데... 이야기를 듣어보니 정말 드물게 착하고 훌륭한 아들이었습니다. 이제 모두 내려놓고 남은 생은 늘 감사하면서 살기로 하셨는데... 답례로 예쁜 시나몬 롤을 만들어 드리느라 아침부터 빵집 문을 열었습니다. 식당 근처에 사시는, 얼마전 사랑하는 부인을 먼저 천국에 보내고 몸과 마음이 아프신 집사님을 위해서 부추 마늘 치즈빵도 구웠습니다. 역시 식당 근처에 사시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