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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선한 가을의 시간을 오전 내내 기분 좋게 즐기며 뒤뜰에서 소일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을 나서려니 가을 빛이 꽤 따사롭습니다. 옛날 농사시절엔 봄엔 며느리를, 가을엔 딸을 밖으로 내보낸다던데... 이유야 어째든 며느리도 딸도 더 이상 아닌 나는 계절과는 상관없지만 아직 따가운 햇볕은 피하고 싶어서 숲길로 가기로 합니다. 나 혼자 걸으라는 남편에게 함께 동행하지 않으면 나도 오늘은 쉬겠다 했더니 억지 춘향으로 따라나섭니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정작 걸어야 하는 인간은 남편인데 말입니다. 동행해준건 당신이 아니라 나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틀 전 하늘이 깜깜해 질정도로 휘몰아쳤던 폭풍 속에서 우리 집 코스모스만 안간힘을 쓴 줄 았았더니 숲 속도 피해가 많습니다.
일상(Daily Blessing)
2021. 9. 10. 23: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