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주 동안 햇빛 비칠 시간의 96% 를 구름으로 덮인 날들로 지냈습니다. 오늘도 여전히 구름이 잔뜩 끼었고 1시부터 비가 내린다고 기상대가 예보를 합니다. 비 맞을 각오로 우산을 들고 나섰는데 감사하게 비는 다 저녁이 돼서야 내립니다. 산책길에 커다란 새(매)가 나목에 앉아서 뭔가를 뚫어지게 바라봅니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은 한쌍의 원앙입니다. 얼마전 DPR 강가에서 매 한 마리가 청둥오리를 채가려다 실패한 모습을 봤기에 예사로이 보이지 않습니다.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지만 오늘도 여전히 먹고 먹히는 피나는 생의 현장입니다.
1월 중순임에도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이어서 오후에 동네 한 바퀴를 돌다 보니 녹는 눈길 위에 애벌레 한 마리가 미끄럼을 타러 나왔습니다. 아무리 따뜻해도 아직은 겨울인데... 겨울이라 짐승들이 먹을 것이 없어 아쉬운때인데... 마침 참새떼가 지나갑니다. 가여운 애벌레는 잡혀 먹히든 얼어 죽 든 얼마 살지 못할 듯 합니다. 누구의 슬픔이 다른 누구에게는 기쁨이 되는 것이 세상입니다. 겨울이지만 많이 춥지 않아 눈길을 걸을 수 있어서 오늘도 감사한 하루입니다.
치매와 파킨슨으로 고생하시는 집사님 한분이 며칠 전 넘어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가 퇴원하셨습니다. 오전에 방문을 했는데 다행히 몸은 이상이 없으시고 마음을 많이 다치셨습니다. 코비드 19로 오래 방문할 수 없어서 잠깐 들러 위로하고 기도한 후 집을 나섰습니다. 점심시간이 됐고 발문했던 곳이 중부시장에 가까워 '간장 게장'을 투고하려고 이층에 올라가니, '간장 게장'은 없다가에 '안동 찜닭'을 주문했고 먹고 싶은 김치 왕만두도 사가지고 왔습니다. 집에거 만든것과는 다른 맛난 것들이 많이 들어가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올해 1월 1일 새로 올라온 꽃대에서 첫번째 꽃이 핀 오키드난이 보름이 다 지난 오늘 드디어 두번째 꽃을 피웁니다. 코비드19덕에 휘리릭 지나간 지난 2020년을 생각하니 우리집 거실의 이 아이들의 시간은 무척 느리게 흘러갑니다. 이미 진 꽃잎들도 아쉬워 버리지 못하고 곁에 나두었는데 지금보니 궁상인듯 싶지만 버리지 않을겁니다. 한달전쯤 지나친 욕심으로 부러뜨린 꽃대에 있는 꽃봉오리의 시간은 여전히 멈추어 있습니다. 똑같은 시간이 이렇게 모두에게 다르게 지나갑니다.
한국에 닥친 한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동안 따뜻했던 기온과는 달리 영하 3도에 바람까지 부는 차가운 날입니다. 꽁꽁 싸매고 봄부터 가을까지 백조의 생태계를 지켜보던 길 건너 백조의 호숫가엘 갔습니다. 백조들은 겨울이 시작되면서 고향으로 떠났고 캐나다에서 이민온 거위들 조차 머물 수 없게 몽땅 얼었습니다. 백조도 거위도 없는 호숫가에는 녹아내린 눈사람과 녹지 않은 눈들로 온통 하얗습니다. 흐린날임에도 남편의 선글라스 겸용 안경을 까맣게 만드는 눈은 정말 하얗습니다. 자주 걷던 길인데 눈이 덮힌 하얀 길은 처음 걷는 길마냥 새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