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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은퇴 후 요일이 상관없는 나와는 다르게 토요일 새벽이면 옆지기는 학교를 향합니다.
맡은 일에 지나치게 성실한 그는 학생들보다 일찍 도착하려고 더 일찍 출발합니다.
하지만 운전하는 걸 질색하는 그를 위해 전철역까지 라이드를 줘야 하는 건 내 몫입니다.
새벽형인 그가 올빼미형인 왕비를 위해 커피 원두조차 내 방에서 제일 먼 곳에서 갈을 만큼 배려의 왕이지만,
주말엔 마을버스 운행이 불규칙적해서 뻔뻔함을 자처합니다.
내가 없으면 어쩔 거였냐는 질문에 되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며 큰소리를 칩니다.
새벽 5시에 눈곱만 떼고 나선 현관에서 갑자기 눈이 내린 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잠이 덜 깨긴 했지만 미국에서 5월에도 가끔 눈이 내리던 추운 곳에 살던 경험이 그런 생각을 하게 했나 봅니다.

* 목요일
봄이 오다 말고 여름이 온 줄 알고 아쉬워했는데 다시 봄 같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양도성을 걷고 온 저녁 장딴지가 땅기고 온몸이 욱신거렸기에,
그 욱신거림이 며칠 동안 계속이라며 구시렁댔더니,
“근력 운동을 너무 안 해서 그래! “
그 근육통은 평지보다 산행으로 풀어야 한답니다.
날이 좋으니 점심 먹고 뒷산에 오르자고 하기에,
그럼 식당골목에서 뭔가를 먹고 걷자고 나섰고,
아침을 든든히 먹었기에 점심은 국수쟁이인 그가 국수를 먹자고 합니다.
그래서 매일 생면을 뽑는다는 ‘주니네즉석우동‘집엘 갔는데,
아~ 그곳은 목요일이 휴일입니다 ㅎㅎㅎㅎㅎ

차선책으로 초딩입맛인 그가 선택한 메뉴는 햄버거였습니다.
사실 나는 굳이 햄버거를 선택하라면 버거킹이 좋은데,
울 동네엔 맥도널드와 롯데리아 그리고 BTS 수제버거집뿐입니다.
그 수제버거는 화려했지만 심하게 달달했고,
맥도널드는 점심보다 아침을 선호하기에 롯데리아로 갔습니다.
젊은이들로 꽉 찬 적지 않은 매장에 노인네는 우리뿐이었습니다 ㅋㅋ
최근 통계에 가격이 많이 오르는 한식대신 햄버거를 찾는 시니어가 늘었다고는 하나 그곳은 여전히 젊은이들의 성지였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배달 오토바이가 예닐곱 대는 다녀가는 걸 보니 배달의 민족 맞습니다.
나름 달지 않은 버거를 선택했지만 우리의 선호도는 여전히 버거킹 햄버거에 밀렸습니다.
가난했던 미국 유학시절 자주 먹던 햄버거 중 그래도 나름 우리 입맛에 맞았던 것이 버거킹이었기에 그 기억이 우리를 더 편애하게 만드나 봅니다.

롯데리아 근처의 보라산 입구로 향하는 길목에 이팝나무 한그루가 너무도 탐스럽게 꽃을 피웠지만 예쁨보다 과함을 떠올랐습니다.

오랜만에 오르는 보라산은 어느덧 푸르름을 듬뿍 장착했고 다양한 새소리도 힘이 들어갔습니다.

백제와 신라의 역사기행을 하기도 했지만 우리 동네 뒷산에도 고분이 발견되었다고,
그 고분에서 옛사람의 흔적을 발견했다고,
하지만 누구의 무덤인지 모르는 그곳은 조금 떨어진 곁에 세워진 어는 문중가의 무덤만도 못한 기록으로만 기억되고 있었습니다.

2.3킬로를 걸어 오른 보라산 정상에서 또 떠올립니다.
‘왜 산에 오르세요? 내려가려고요!’
힘들게 정상에 오른 보라산은 이제 반대편 내리막길만 남았습니다.

그렇게 5킬로 산행을 하고 난 저녁에 우리 둘은 나름 단잠을 잤습니다.
그래서 가끔 단잠을 위해 이렇게 산행을 해야 한다고 서로 입을 모았습니다.
* 금요일
연이어 금요일에도 우린 다시 보라산 산행을 하려고 나서서 ‘주니네즉석우동’집을 찾았고,
옆지기는 옛날가락국수를 나는 수제돈가스를 먹었습니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분식집인데 나름 정겨웠습니다.
국수를 매일 생면으로 뽑아서 쫄깃했고,
식당음식이라기보다 집밥 기분이어서 나쁘지 않았습니다.
다음엔 가면 콩국수와 꼬마김밥을 먹어봐야겠습니다.

* 사족(화요일)
우리의 42주년 결혼기념일인 5월 5일 어린이날엔 근사한 식당을 가려고 계획했다가,
그 가격으로 코스코에서 한우를 사다가 집에서 스테이크를 구워 먹었습니다.
한 번의 가격으로 다섯 번 먹을 수 있는 가성비를 선택했습니다.

스테이크를 맛있게 굽는 뉴요커인 아들에게서 배운 대로 해봤는데,
자뻑이지만 정말 맛있었고 옆지기도 100% 인정했습니다.
비싼 스테이크집에서 먹었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고~
집중해서 요리하는 바람에 사진을 남기지 못했습니다만...
아들의 스테이크 굽는 레시피입니다.
1. 올리브오일로 마사지한 고기를 30분 정도 실온에 둡니다.
2. 두꺼운 팬을 뜨겁게 달군 후 고기를 얹어 2분 정도 뒤집지 않고 둡니다.
3. 뒤집은 후 뒷면도 2분 정도 둡니다.
4. 측면도 골고루 살짝 익힌 후 불을 끄고 5분 정도 쉬어 주면 육즙이 안에서 골고루 퍼집니다.
5. 버터 살짝 바르고 홀그레인머스터드나 생와사비 갈아서 얹어 먹으면 화룡점정입니다.
그렇게 요리해서 먹었더니 벌써 또 먹고 싶어 집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수고한 옆지기를 위해 스테이크로 정했습니다.
후기,
토요일 저녁에 먹은 스테이크~
육회는 꺼리지만 스테이크는 미디엄 레어를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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