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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 습관이 다른 우리 부부는 오늘도 역시 따로 그리고 같이 하루를 시작합니다
옆지기는 내가 일어나기 전에 이미 산책을 나갔고 언제 돌아올지 모르기에,
나 혼자 숙소 건너 ‘유동커피’로 모닝커피를 마시러 갔습니다.
유명하다기에, 나는 옆지기만큼 커피에 진심은 아니지만...

빈티지 장식이 편안했고, 쥔장의 마음일듯한 벽에 걸린 글귀도 마음에 닿았습니다.

나폴레옹이 세계를 점령하듯 커피로 세상을 점령하겠다는 의지의 유동커피 사장님 유동님의 혹심인듯합니다.

저 스페인 부부는 상호에 상관없이 지나다가 구수한 커피 향에 이끌려 들어왔다고,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서귀포로 내려온 지 이제 두 시간 지났다고,
그리고 이곳엔 일주일 머물 예정이라는 저분들과 즐거운 모닝 수다 ㅋㅋ
스페인 vs 서귀포, 서로 가지지 못한 것을 탐닉하는 우리의 현실이었습니다.


신맛과 쓴맛이 적당한 아저씨 맛을 선택해 크림치즈빵과 함께 아침을 먹고 그들의 행운을 빌어주고 일어났습니다.

일부러 점심시간을 피해 1시 즈음 ’맨도롱 해장국‘을 먹으려 갔는데 재료가 소진되어 문을 닫았습니다.
이크~ 오늘이 토요일인 걸 깜빡했습니다.
어차피 식사 후 도서관엘 갈 계획이어서 겡이국 대신 ‘삼매봉 153’에서 돈가스와 오므라이스를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엄청 싼 가격으로 고급진 맛과 풍성한 양을 제공하니 이 식당은 땅 파서 장사하는 게 틀림이 없습니다.
밑반찬도 일품이고 돈가스가 ‘연돈’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았습니다.
(돈가스의 악몽을 기억하며...)
특히 바삭함은 오히려 이곳에 점수를 더 주겠습니다.
또 갈 수 있다면 언제든지 다시 가서 다른 메뉴들도 먹어보고 싶은 그런 곳이었습니다.

도서관에 들러 읽은 책을 리턴하고 잠깐이나마 읽을 책을 한 권씩 빌려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읽다가,
날이 너~무 좋아서 고민하다가 올레 5코스를 걸으려고 남원포구로 향했습니다.

남원포구는 올레길 5코스 시작지점이고 쇠소깍까지 13.4 킬로입니다.
도착한 남원포구는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습니다.

좀 늦은 시간이긴 했지만 우린 올레 5코스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올레길 소개에 5코스는 멋진 해안길과 많은 포토존이 있다기에 궁금했습니다.

오호~ 반건조 오징어 버터구이 카페 앞엔 말림을 당하는 오징어들이 매달려 있었습니다.

구름이 없는 건 아니었는데 맑은 하늘 끝에 지평선이 펼쳐지는 멋진 해안길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좀 위험한 돌길이 나오면 다시 숲길로 올라가니,
한반도 포토존이라는 요런 멋진 길도 지나갔습니다.

다시 해안길로 나오니 이번엔 ‘해무리’가 짠~

태어나서 처음 보는 해무리가 우리의 걸음을 자꾸 멈추게 했습니다.

해안길엔 해무리만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부부 낚시꾼의 모습이 너무도 멋있다고 웬만해선 사진을 찍지 않는 옆지기가 작품사진을 남겼습니다.

해안길을 벗어나 주택가로 들어서니 이번엔 정겨운 돌담길의 다육이와 빨랫줄에 널린 빨래들이 정겨워 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해무리는 우리가 가는 길에 동행했고 해가 질 때까지 함께 해주었습니다.
위미 귤빛교를 건너려고 올라가니,

한쪽 옆은 한라산이 보였고,

동쪽에선 이제 곧 보름달이 될 듯한 달이 떠올랐고,

왼쪽엔 바다와 서서히 떨어지는 태양의 해무리가 넓은 하늘을 장식하고 있었습니다.

그 길을 지나 다시 해안길로 들어섰더니 영화 ‘건축학개론’을 촬영했던 건물이 나왔는데,

지금은 카페로 운영 중인 ‘서연의 집’이 반가왔습니다.

한때 영화 촬영지로 유명해졌던 장소가 이제 시들해져서 조용한 도시가 되어 버렸답니다.
그 건물과 그 바다는 여전히 그곳에 있는데...

계획하지 않았던 올레길이었지만 그 길에서 생각지도 않았던 아름다움 들을 만나게 되었으니,
우리의 하루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습니다.
후기,
올레 5코스 길은 우리를 저녁 식사 후 영화 ‘건축학 개론’ 앞에 앉게 했습니다.
내용보다 우리가 실제로 봤던 바닷가와 ‘서연의 집’이 나오니 즐거움이 배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우리의 삶은 모두 관계로 점철된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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