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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육 개월 만에 만난 친구와 창덕궁 나들이에 나섰습니다.
친구가 먼저인지 창덕궁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아~ 친구가 먼저입니다.
먼저 서로 가능한 시간을 찾았고,
친구가 내게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하라고 했기에,
날자가 정해지자 가고 싶었던 창덕궁을 예약했습니다.
서울의 다른 고궁들과는 달리 그곳은 경로혜택(무료입장)이 없었고 예약 잡기도 힘들다는데 비소식이 있어선지 가능했습니다.
(후기, 후원을 예약하기위해선 창덕궁예약이 필수지만 경로는 입구에서 환불을 받을 수 있다는 걸 다녀와서 알았습니다 ㅋ)
창덕궁... 어린 시절 비원이라는 이름으로 여러 번 다녀왔었을 텐데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그 시절엔 원해서 보다 연례행사였을 테고,
원해서 갔다고 해도 반 세기가 지난 지금 기억에 나면 이상한 일입니다.
친구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난행이었습니다.
내가 두 집 살림하는 언니네서 친구네 집은 멀지 않았기에 지하철 4호선에서 도킹을 하기로 했는데...
만나는 역에서 나는 내리고 그녀는 타고 그 사이에 그녀가 탄 기차는 떠나고...
그래서 그녀는 다시 다음 역에서 내리고 나는 다시 다음 기차를 타고...
그렇게 극적으로 만납습니다 ㅋㅋ
반가워 친구야~
그녀는 이미 남편과 여러번 다녀온 창덕궁을 나를 위해 다시 동행해 주었습니다.
전각보다 후원(비원)이 보고 싶었지만 후원을 보려면 전각도 예매해야 한다기에 예약 또 예약을 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들어선 창덕궁은 아직은 외국인인 내게 커다란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우리의 과거지만 지금의 우리가 있게 해 준 도심 속 역사에 감동했습니다.

그 고궁을 외국인들이 그것도 우리의 전통의상인 한복을 입고 거니는 모습을 보니 자랑스러움을 너머 뿌듯하기까지 합니다.




후원 입장까지 30여분 여유가 있어 전각을 돌아보며 감탄관 함께 사진을 찍고 또 찍혔습니다.



시간에 맞춰 도슨트의 설명과 함께 후원을 거닐며 더 깊이 경복궁과 창덕궁의 공존 이유도 공부했습니다.
경복궁이 중국의 영향으로 평지에 지어진 궁전이라면 창덕궁은 우리의 지형에 맞춰 오르락 내르락 지어졌다는 유홍준의 문화유적 답사기도 되새기면서...








도심 속에 유네스코에까지 등재된 우리의 고궁이 무척이나 자랑스러웠습니다.

모든 감동을 내려놓고 이제 우린 고궁이 먼저냐 음식이 먼저냐를 논합니다.
운명처럼 처음 고궁을 항하며 벽화가 멋져 찍었던 건물 옆 일식집(칸키?)으로 들어갔습니다.

사실 우리에겐 좀 비싼 맛이었지만 나도 내 친구도 서로 좋은 걸 사주고 싶은 마음으로 선택했지만 그 식당은 우리의 상식을 벗어났습니다.
일반 식당의 두 배이상의 값을 지불했지만 음식은 아기자기한 세팅이 우선순위인 듯했고 우리의 허기진 배를 채우기에는 많이 부족했습니다.

허기짐보다 허탈함을 안고 메인을 먹으려고 북촌마을을 오르내리며 가게도 구경하면서 수수부꾸미도 한 개씩 먹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집으로 돌아가기 전 런던 베이글로 식사(?)를 마무리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젊은이들이 우리 곁을 지나 골목길로 꼬리를 물고 들어갑니다.
우리도 호기심에 따라가보니 나름 맛집인 ‘경주 제면’ 집이 나옵니다.
이미 어느 정도 배가 찼지만 밥 같은 음삭을 못 먹었기에 경주제면집에서 매운 항아리 낙지 칼국수와 감자 피자를 먹었습니다.
옆테이블에 젊은 중국 관광객이 매운 우리 음식을 먹는 걸 보면서 중국인조차 찾는 그곳을 우린 왜 진작에 찾아가지 못했는지 나이를 탓했습니다.
그동안 맛집을 곧잘 찾아다니기도 하더니만...

칼국수는 미처 다 먹지 못하고 감자 피자는 싸가지고 나오면서 보니 식당 건너편엔 가정집을 카페로 꾸민 ‘도토리 가든’ 이 있습니다.
호기심에 올라가 보니 그곳도 운치가 있는 멋진 빈티지 빵 카페입니다.


아쉬움을 남기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큰길로 나서다 이번엔 한옥집과는 어울리지 않는 ‘onion’이라는 이름의 빵 카페에 사람들이 북적입니다.
우와~ 암튼 한국은 양파처럼 까도 까도 끝이 없는 빵카페 천국입니다.

참, 지나다가 얼마 전 방송에서 본 ‘정애 할머니네 고추 쿠키‘ 집을 발견하고 들어서니 오늘은 판매량은 소진되었답니다.
80이 넘으신 정애 할머니가 내일 파실 쿠키도우를 조몰락거리시는 모습이 너무도 귀여우십니다.



식당의 황당함과 우리의 모든 헤맴은 고궁의 고귀함으로 모두 용서된 하루였습니다.
그 하루를 함께 해준 친구야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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