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ily Blessing)

591. 오지랖의 근거

매일 감사 2021. 12. 11. 02:16

1. 지인이 우리 집을 방문하면서 선물로 가져온 커다란 포인세티아 덕분에 집안이 화려합니다.
물을 주며 가지 속을 들여다보다가 속에 폭 파묻혀 가려진 작은 가지들을 불쌍히 여겨 잘라내서 물컵에 담아 주었습니다.
그것도 두 개나...
어느 것이 그 아이들을 위하는 건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뿌리가 내려 다른 화분에 옮겨 주는 게 나의 오지랖의 근거입니다.

2. 싹이 난 고구마를 화분에 심었더니 줄기가 열심히 올라옵니다.
실내 화분이어서 위로만 향하는 줄기를 주체할 수 없어 아취형 지지대를 설치해 놓고는 그걸 따라 자라기를 바랐습니다.
자꾸 다른 곳으로 향하는 아이를 몇 번 교정해주었더니 화가 났는지 잎이 마르기도 합니다.
위아래로 지지대를 타고 자라 주는 것이 내 오지랖의 근거입니다.

3. 이름은 모르지만 예쁜 다육이에게 폈던 꽃의 속눈썹이 손녀를 닮아서 사온 이후 꽃이 지고 다시 손녀 같은 여린 순들이 올라오기에 매일 들여다보며 우쭈우쭈하다가 축 쳐진듯한 모습이 가여워 마른 재스민 나뭇잎으로 지지대를 삼아 주었는데 자라다가 조금씩 줄어들면서 마르기 시작합니다.
가지 하나가 죽어서 나머지 아이들은 죽기 전에 떼어내 곁에 콕콕 심어줬습니다.
땅 위가 아닌 공중에서 잘 자라게 하려 했던 것이 내 오지랖의 근거입니다.

4. 튼실한 다육이도 잎을 떼어내 심으면 자란다기에 열심히 떼어내어 인큐베이터처럼 보호해봅니다.
이리저리 옮기면서 뿌리가 난 아이는 입원실로 옮긴 것도 내 오지랖의 근거입니다.
다육이는 자라는 속도가 느려서 오래 기다려 줘야 하는데 조급한 엄마가 아이들을 자꾸 망가뜨립니다.
식물들에겐 엄마의 치맛바람보다 사랑과 인내심이 필요한가 봅니다.

* 2번 후기
밤새 수를 놓고는 온 길로 돌아갑니다.
이젠 순리대로 놔두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