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ily Blessing)

547. 가을에 온 손님

매일 감사 2021. 10. 23. 10:04

한국 창원에서 온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두 주 휴가를 내서 이곳에 살고 있는 두 딸을 방문하면서 우리도 꼭 만나고 싶어 하셔서...
일정과 시차로 우리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이 2시간 이기에 간단하게 케이터링을 해서 먹기로 합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이니 한식은 의미가 없을테고...
그리고 어제 이미 딸들과 시카고에서 유명한 딥 디쉬 피자를 실컷 드셨다고 하기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빵집에서 샐러드, 수프, 빵 그리고 디저트까지 갖춘 파티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빵을 픽업하면서 그로서리에서 베리 종류를 있는 대로 사 가지고 와서 꽃처럼 예쁜 과일접시도 만들었습니다.
왠지 성의가 없는듯해 지난번 우리 집에 굴러 들어온 두 번째 단호박으로 요리(?)도 했습니다.
주문해온 음식을 예쁜 접시에 올리니 마치 내가 만든 듯 그럴듯했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열심히 먹느라 아쉽게도 미리 만든 단호박 요리 사진 외엔 없습니다.

단호박을 적당히 잘라 익혀준다음 반을 덜어 마요네즈, 요거트, 크렌베리와 호두를 넣어서 단호박 샐러드를 만들었고,
나머지 반은 도깨비 방망이로 곱게 갈아서 우유와 올리고당, 그리고 버터를 조금 넣고 팔팔 끓여 단호박 수프를 만들었습니다.

손님들이 배웅하고 정리정돈을 마친 후 모처럼 햇살이 따사로워 자주 가는 라이어슨 숲길을 걸었습니다.
단풍이 덜 든듯해 평상시 걷던 외곽 코스가 아닌 안쪽 숲길로 들어서니 새들이 유난스레 수다를 떱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곳이어서 사람보다 자연이 더 소중한 듯합니다.
특별한 새들이 많아서 가끔 대형 카메라를 들고 새들을 따라다니는 사진사들도 만납니다.
어제 다른 곳에서 만났던 할머니 야생화(친구가 명명)들이 들판에 쫘악 펼쳐진 것도 묘한 분위기입니다.
좀 쌀쌀하긴 했지만 햇살이 바삭해 즐거운 산책길이었습니다.

 

새아파트도 지어주고 먹이도 주니 새들의 천국입니다.
일리노이주 법으로 모든 자연을, 특히 할머니 야생화를 보호하고 있다고 으름짱을 놓습니다 ㅋㅋ

 

손님은 떠난 빈자리에 한국에서 직접 날아온 먹거리와 질 좋은 한국산 마스크 그리고 양말까지~ ㅎㅎ 수지맞았습니다.
기억해주고 방문해준 것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놓고 간 손님이 고맙습니다.
시차 때문에 대화 도중 눈의 초점이 흐려져서 제대로 도착했는지 궁금해하던 차에 먼저 톡이 왔습니다.
만나서 반갑고 행복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미국이든 한국이든 꼭 다시 만나자고...
그 마음이 내 마음입니다.

한국은 뭐든 참 잘 만들어서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