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7. 가을에 온 손님
한국 창원에서 온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했습니다.
두 주 휴가를 내서 이곳에 살고 있는 두 딸을 방문하면서 우리도 꼭 만나고 싶어 하셔서...
일정과 시차로 우리에게 주어진 점심시간이 2시간 이기에 간단하게 케이터링을 해서 먹기로 합니다.
한국에서 오신 분이니 한식은 의미가 없을테고...
그리고 어제 이미 딸들과 시카고에서 유명한 딥 디쉬 피자를 실컷 드셨다고 하기에...
편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빵집에서 샐러드, 수프, 빵 그리고 디저트까지 갖춘 파티 메뉴를 주문했습니다.
빵을 픽업하면서 그로서리에서 베리 종류를 있는 대로 사 가지고 와서 꽃처럼 예쁜 과일접시도 만들었습니다.
왠지 성의가 없는듯해 지난번 우리 집에 굴러 들어온 두 번째 단호박으로 요리(?)도 했습니다.
주문해온 음식을 예쁜 접시에 올리니 마치 내가 만든 듯 그럴듯했는데…
반갑게 인사를 나누며 열심히 먹느라 아쉽게도 미리 만든 단호박 요리 사진 외엔 없습니다.
손님들이 배웅하고 정리정돈을 마친 후 모처럼 햇살이 따사로워 자주 가는 라이어슨 숲길을 걸었습니다.
단풍이 덜 든듯해 평상시 걷던 외곽 코스가 아닌 안쪽 숲길로 들어서니 새들이 유난스레 수다를 떱니다.
자연을 보호하는 곳이어서 사람보다 자연이 더 소중한 듯합니다.
특별한 새들이 많아서 가끔 대형 카메라를 들고 새들을 따라다니는 사진사들도 만납니다.
어제 다른 곳에서 만났던 할머니 야생화(친구가 명명)들이 들판에 쫘악 펼쳐진 것도 묘한 분위기입니다.
좀 쌀쌀하긴 했지만 햇살이 바삭해 즐거운 산책길이었습니다.
손님은 떠난 빈자리에 한국에서 직접 날아온 먹거리와 질 좋은 한국산 마스크 그리고 양말까지~ ㅎㅎ 수지맞았습니다.
기억해주고 방문해준 것도 고마운데 선물까지 놓고 간 손님이 고맙습니다.
시차 때문에 대화 도중 눈의 초점이 흐려져서 제대로 도착했는지 궁금해하던 차에 먼저 톡이 왔습니다.
만나서 반갑고 행복했다며 기회가 주어지면 미국이든 한국이든 꼭 다시 만나자고...
그 마음이 내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