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ily Blessing)

507. 라이어슨 숲길의 선 폭풍, 후 평안함

매일 감사 2021. 9. 10. 23:58

선선한 가을의 시간을 오전 내내 기분 좋게 즐기며 뒤뜰에서 소일했습니다.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을 나서려니 가을 빛이 꽤 따사롭습니다.
옛날 농사시절엔 봄엔 며느리를, 가을엔 딸을 밖으로 내보낸다던데...
이유야 어째든 며느리도 딸도 더 이상 아닌 나는 계절과는 상관없지만 아직 따가운 햇볕은 피하고 싶어서 숲길로 가기로 합니다.
나 혼자 걸으라는 남편에게 함께 동행하지 않으면 나도 오늘은 쉬겠다 했더니 억지 춘향으로 따라나섭니다.
그러나 건강 문제로 정작 걸어야 하는 인간은 남편인데 말입니다.
동행해준건 당신이 아니라 나라는 걸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이틀 전 하늘이 깜깜해 질정도로 휘몰아쳤던 폭풍 속에서 우리 집 코스모스만 안간힘을 쓴 줄 았았더니 숲 속도 피해가 많습니다.

쓰러진 나무가 나무 다리를 부수고는 지나가는 우리에게 딴지를 겁니다. 겸손하게 지나가라고...
실한 도토리가 익기도 전에 가지채 떨어졌습니다.
익었든 설익었든 비바람에 떨어진 도토리들은 다람쥐들의 올 겨울 양식이 될것입니다. 너무도 많이 떨어졌기에 줏어다 도토리묵을 만들까 하다가 다람쥐에게 양보합니다.
연약해 보이는 풀인지 잡초인지도 비바람에 아주 겸손하게 누웠습니다.
폭풍우가 반가왔다는 듯 숲 속 곳곳에 버섯들이 셀 수 없이 쑥숙 올라옵니다. 
수초를 맛나게 먹는 거위들이 혹시 우리가 아는 거위들일까 싶어 "얘들아~"소리높여 불러봅니다. 반응이 없는 걸 보니 남입니다^^
훌라잉 휘시를 하는 커플을 찍었는데 완벽하게 곂쳐서 혼자인듯 보입니다. 낭만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