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1. 사람들도 백조들도 모두 행복하면 좋겠습니다.
최근 아프가니스탄의 사태를 뉴스로 접하며 굉장히 슬프고 참담합니다.
어렵고 힘든 한국의 속상한 소식에도 마음이 많이 내려앉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미국도 온통 슬픈 소식들로 가득합니다.
멀리 사는 딸은 일 년 전 농장과 집을 지으려고 계약했던 땅의 반쪽 소유자가 사기꾼임을 최근에 알게 되어서,
결국은 정부로 넘어가면 경매로 사야만 하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시간이 지금까지 지난 것만큼 더 걸릴지도 모른다는 절망적인 소식을 듣고 속상했습니다.
1 에이커인 반쪽 땅을 사지 않았으면 툴툴 털고 지금이라도 새로 시작할 텐데...
어쩔 수 없이 반쪽 땅에 집을 짓고 나머지 1 에이커는 나중에 사게 되면 좋고 아님 말게 될지도 모른답니다.
내가 속상해한다고 전혀 도움이 되는 게 아니니 그것도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합니다.
어제오늘 한낮의 기온이 100도(38도) 넘게 올라가는 늦더위가 극성입니다.
한낮에 밖에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해서 새벽기도 마치고 6시 반쯤 백조의 호숫가를 걸었습니다.
얼마 전 5마리 새끼 백 조중 한 마리가 철끈 같은 걸 삼키고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4마리가 있겠거니 했는데 호수엔 아침 목욕을 하는 새끼 백조가 3마리와 부모뿐입니다.
궁금해하면서 다시 한 바퀴를 돌다 보니 백조 가족이 목욕이 끝났는지 호숫가로 올라옵니다.
그러자 분수 속에 있던 한 마리 새끼 백조도 슬금슬금 나와서 올라옵니다.
가까이 가서 보니 입가에 무슨 나뭇가지 같기도 하고 철심 같기도 한 것이 매달려 있습니다.
새끼 거위는 몹시도 고통스러운지 좌우로 연신 얼굴을 문질러 댑니다.
마음 같아선 당장이라도 직접 빼주고 싶었습니다 ㅜㅜ
때마침 관리인 차가 지나기에 붙잡아서 설명을 했더니 내려가서 보고는 잘 알겠다고 하며 떠납니다.
나도 제발 빨리 치료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습니다.
늘 석양만 보다가 오늘은 늦더위 덕에 일출을 봅니다.
태양처럼 새끼 거위도 새로운 날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