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ily Blessing)

461. 거위대신 라벤다

매일 감사 2021. 7. 30. 11:30

저녁무렵이 되니 더위가 한풀 꺽입니다.
남편이 급한 일로 나가면서 나보고 혼자라도 거위의 호수에 가서 동정도 살피고 사료도 주고 오랍니다.
거위들이 지들에게 애정공세를 하는 남편보다 적당히 관심을 주는 나를 더 좋아하긴 하지만,
음...날이 이미 저물어 가니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대신 백조의 호수에 흰눈박이가 있는지만 확인하러 다녀왔습니다.
하루를 지내고 없어진 걸보니 거위의 호수로 다시 간 듯합니다.
가끔보면 거위들이 사료는 남편에게서 얻어먹고 인사는 나에게 합니다.
"안녕하세요" 하라고 시키면 고개를 반쯤 구부렸다가 올립니다.
아기 키우는 부모가 하루에도 수없이 거짓말을 한다더니 우리가 그렇습니다.
다른 행동을 우리에게 인사한다며 천재 거위로 등극합니다.
그런데 백조와 청둥오리, 그리고 거위를 비교해보면 거위가 젤로 똑똑하긴 합니다.
거위 생태계를 지켜보면서 자라는 즐거움으로 여름의 반을 지냈습니다.
남편은 무조건 다 받아 주지만 나는 싸우지 말라고 야단도 치고 혼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예쁜 자식에게 사료도 주고 매를 들기도 하는 것을 지들도 아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남편이 가끔 질투를 하기도 합니다 ㅋㅋ

백조의 호숫가를 걷는데 라벤다 향이 진동을 합니다.
향을 조금 집으로 데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