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Daily Blessing)

335. 야외 음악회와 거위들

매일 감사 2021. 7. 11. 00:05

남편이 좀 아파서 며칠 함께 걷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좀 나았는지 아님 거위가 보고 싶은지 사료를 사오라고 주문합니다.
이제 다 컸으니 그만 먹이자고 해도...
아픈 사람 비위 맞춰주려고 pet smart 가게에 가니 전에 10불 주고 산 사료용 옥수수가 오늘은 반값 세일을 합니다.
돈이 뭔지 간사하게도 귀찮았던 마음이 즐거운 마음으로 변합니다 ㅋㅋ

우리 애완용 거위들이 이 사료를 너무 좋아합니다.

해질부렵 건너 간 호수 공원에서는 50/60 세대 음악회가 한창입니다.
중년의 남녀들이 무대 앞에서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즐거워합니다.
미국에서 처음으로 코비드 19 제한이 풀린 동네이긴 하지만...이래도 되나 싶습니다.
작년에 이사온 이후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모인건 처음입니다.
사람 사는 것 같아 좋아 보였지만 아직 델타변이 어쩌구 저쩌구 하니까 걱정은 됩니다.

우리도 잠시 음악에 맞춰 몸을 들썩이다가 잘 알지 못하는 노랫말보다는 거위의 환대가 좋아 무대를 떠납니다.
멀리서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다가 우리를 보고 달려옵니다.
그동안 못 먹던 사료를 더 허겁지겁 먹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다둥이 거위가족에게 마음이 가는 모양입니다.
5마리중 한마리만 남은 가족이 가여워서 내가 주로 먹였더니 이 새끼 거위는 내가 자기의 후견인이라도 되는듯 어찌나 주변의 새끼 거위(자기보다 훨씬 큰)들을 공격하는지...알면 알수록 참 신기합니다.
거위들은 외모로 구분이 힘들고 특히 새끼 거위들이 자라면서 어미와 크기가 비슷해 지니 이제는 더더욱 구분이 잘 되지 않는데 이 거위는 눈 위에 흰점이 있어서 '흰눈박이'라고 이름지어 주었고 우리가 그렇게 부르면 자기 이름인 줄 아는지 기다리기도 하고 인사도 합니다.

우리가 한참을 거위와 놀고 있는데 자전거타고 지나가던 청년이 너무도 신기해 하며 이것저것 묻더니 사진을 찍어도 되냐더니 열심히 찍습니다.
아마 그 청년의 SNS 에 우리의 모습이 올라갈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생 거위 길들이는 한국인' 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