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사 2025. 7. 6. 22:17
떠나는 날 아침 친구네 집에서...

* 집으로
워싱턴디씨 근교에 사는 친구집 방문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아들네 집이지만 아직은 지금의 내 베이스인 뉴저지...
기차를 선호해 워싱턴디시로 갈 때는 앰트랙을 탔지만 돌아 올땐 친구집 근처에서 뉴욕으로 오는 직행버스(Bigbus)를 타고 단숨에 달려왔습니다.
심지어 기차보다 값도 저렴합니다.  
알 수 없는 미래를 보장하는 보험료(8불 추가해 취소가능한 기차표를 예매) 덕에 쉽게 취소까지 해서 이익(버스가 기차의 반값)까지 얻었습니다.
기차보다는 단숨에 달려와서 좋았지만 잠을 자지 않고 작업을 하기엔 기차가 살짝 편하긴 했습니다.
모든 것을 내 입맛에 만족시키는 건 사람이나 물건이나 다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34가와 9번 길에 도착했는데...
평소 같았으면 지하철 한 정거장 거리인 뉴저지행 버스터미널(42가)까지 쉽게 걸었겠지만 조금은 무거운 북백을 핑계로 지하철을 타려 내려갔는데,
으이그~ 더러워도 너무 더럽고 냄새도 지독해 워싱턴디씨의 지하철을 그리워집니다.
앞으로 그럴 시간도 많지 않겠지만 더 이상 뉴욕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이래서 비교하는 삶이 불행하다고 하나 봅니다.

* 집에서
도착하니 손자는 낮잠 중이었습니다.
깨어나서는 나를 보고 놀라서 눈을 똥그랗게 뜨더니 ‘함미’하고 품에 폭 안기더니 계속 나의 존재를 확인합니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함미가 많이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내가 친구네 가고 이삼일은 아침에 내려올 때마다 함미를 찾았다고 합니다.  
이런 헤어짐이 이번엔 일주일, 다음번에 한 달 그리고 그 다음엔 일 년이 될 텐데...
‘너도 나도 그리움이 자라면서 너는 크고 나는 작아지겠구나~ 암튼 건강하게 잘 자라렴^^’

오랜만에 엘에이 사는 아들의 친구가 뉴욕을 방문해 늦은 저녁에 친구들 모임에 참여하려고 뉴욕으로 들어갔습니다.
늦은 이유는 지 아들을 재우고 나가느라...
아들은 손자가 태어난 후 이런 친구들(싱글이나 아직 아이가 없는) 모임에 나가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내가 있는 동안 두 번째 인걸 보면...
좋아하는 걸 포기해야 하니 이것도 희생이라고 해야 하나...
암튼 그렇게 어렵사리 얻은 기회가 마지막이 될 상황입니다.
늦도록 알콜과 함께 친구와 회포를 풀다가 소파에서 잠이 드는 바람에 새벽에 깨서 돌아오게 되었답니다.
이른 아침 부엌에서 나는 덜그럭 소리에 내려가보니 아들이 손자의 아침을 준비하면서,
‘앞으론 친구들 모임에 아내의 허락을 받지 못할지도 몰라요~’라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잠시 후 내려온 며늘이 나를 봐선지 감정을 절제하며 말했습니다.
‘이제 넌 올라가서 더 자~’
동갑이기도 하지만 미국식으로 너와 나의 관계로 대화중인 듯합니다.  
내가 없었더라면 속을 푸는 대화를 했을 텐데 말입니다.
‘야~ 어떻게 외박을 할 수가 있어! 잠은 집에 와서 자야지 @#/$%&!!’라고~
이래서 애를 봐주더라도 같이 살면 안 되는 건가 봅니다 ㅋ
집 밖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뜨거운 날이지만 집안은 예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냉기가 돕니다 ㅋㅋ
뉴욕이 더러워서 안 나가려 했는데 아마도 예배 마치고 오후에 나가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ㅋㅋㅋ

사족,
어젯밤 손자가 자러들어가기 전 그렇게 좋아하는 쭈쭈를 거부하고 할머니와 노는 중입니다.
달라고 떼를 쓰던 쭈쭈보다 할머니가 더 그리웠던 모양입니다~

할머니 한번, 엄마 한번 자기 한번 토끼가 되는 재롱을 부리다 잠이 들었습니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