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너머 그 자리(감사 261)
떠나려는 집사님과 아직은 보내고 싶지 않은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떠나시는 집사님...
아직은 떠나고 싶지 않을 연세인데...
연로하신 노 부모님보다 먼저 떠나기 쉽지 않으셨을 텐데...
여전히 사랑스러운 부인과 두 자녀 그리고 세 손주들과 함께 하고픈 시간들이 아쉬울 텐데...
보내고 싶지 않은 가족들과 친지들...
살아계실 때 가족들에게 아픔이 될 수도 있는 일들이 아련한 추억이 되어 모두의 눈시울을 적십니다.
이민 1세대로 가족을 위해 당신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잊은 채 밤낮으로 열심히 살아오셨는데...
이른 연세에 지병을 얻어 지난 몇 년 동안 힘들게 투석하다가 작년 이맘때 신장 이식 수술까지 하셨는데...
남은 가족들의 슬픔...
그 덕분에 사업은 번창했고 두 아들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아 시카고 굴지의 회사로 자리매김을 했습니다.
사람들을 좋아해서 한인 사회 여기저기에 힘을 많이 실어주셨기에 장례식장 한가득 모인 지인들은 쉽게 자리를 뜨지 못했습니다.
일 년 전 신장 이식 수술이 잘 되었고 한동안 잘 적응하셔서 앞으로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않은 심정지로 갑자기 이 땅을 떠나시게 되어 가족들의 슬픔이 큽니다.
아무도 이 땅을 떠날 준비를 하고 사는 사람은 없지만...
그래서 장례식장에서 선포되는 말씀은 힘이 있습니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이요 그 후에는 심판이 있으리니..."(히 9:27)
믿는 사람에게 심판은 하나님의 사랑이고,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심판은 두려움이라는~
믿는 사람보다 믿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은 곳에서 죽음 후의 심판이 사랑이라는 의미가 잘 전달되었을까?
심판대 앞에 설 준비를 하고 살아야 하는데...
빌딩 무덤...
인생을 살만큼 살았기에 이미 있는 것은 새로울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빌딩 무덤을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시신을 처리하고 관에 넣어 땅에 묻거나,
화장을 하면 함에 담아 산이나 바다에 뿌리거나 납골당에 넣어 보관합니다.
오대호로 둘러싸인 시카고 땅은 습기가 많아 누군가가 빌딩 무덤을 시작했답니다.
관리비는 들지 않지만 무덤 자체가 비싸 아직도 내 주변의 사람들도 모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처리한 집사님의 시신을 관에 넣고 땅이 아닌 빌딩 무덤에 서랍처럼 넣어 밀봉했습니다.
어차피 시신은 땅이든 빌딩이든 때가 되면 같은 모양이 될 텐데...
그 모습을 보고 그 자리를 떠나면서 부자 아리마대 요셉이 떠오른 건 나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석관 무덤이 풍습인 유대인이 예수님을 대리석 무덤에 모셨으려나...?
나처럼 빌딩 무덤이 처음인 다른 분은 강남의 아파트를 연상했습니다.
세상은 넓고 나는 아직도 모르는 것이 참 많습니다.







몸이야 어떤 모양으로 남든 이 땅을 떠나신 울 집사님,
이제 주님의 품 안에서 편안히 쉬십시오^^
어른이 되지 못한 아기...
다른 사람들의 무덤을 지나면서 아기의 사진이 있기에 보니 나와 같은 해에 태어나서 그다음 해에 소천한 아기의 무덤이...
어쩌면 네가 나보다 더 복이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