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집들이(감사 728)
* 40년 지기 친구들
한국으로 돌아오니 그동안 한국을 꿋꿋하게 지켜온 40년 지기 친구가 반갑게 환영해 줍니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사는 40년 지기 또 다른 친구가 며칠 전 한국에 잠시 들어왔습니다.
어렸을 때는 모두 같은 동네 살다가 40여 년이 지난 지금은 한국은 물론 외국에 까지 모두 흩어져 살고 있지만 만날 사람은 이렇게 만나게 되나 봅니다.
드디어 서로의 날자를 조율해 반가운 해후를 했습니다.
서로 자주 연락하지 못해도 마음 한구석에 자리를 차지하는 친구들,
함께 했던 교회 중고등부 시절을 소환해서 기억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
이제는 건강이 화두가 되어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 60대 할매의 대화법
우리 집에서 20분 거리 수원에 40년 지기 선배 언니가 삽니다.
친구들이 온다는 소식과 함께 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3시 30분에부터 딸이 퇴근할 때까지 30개월 된 손녀를 봐줘야 한다기에 두 친구가 우리 집에 오면 함께 점심을 먹고 언니네로 슝~갈 계획을 혼자(ㅋㅋ) 세웠습니다.
그런 생각을 했던 이유는 금요일까지 원고 마감을 해야 하는 옆지기를 위한 배려 차원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친구들과 내 생각대로 문자까지 주고받았습니다.
나는 우리 셋이 점심을 먹고 선배언니 집으로 가려는 생각으로 문자를 했고,
친구는 전후 사정을 생각해서 아침 일찍 서둘러 우리 집으로 오면서 선배언니에게도 일찍 오라고 연락을 했답니다.
친구들이 도착하고 이어 선배언니가 들어서면서야 사태를 파악했습니다.
듣고 싶은 말만 듣고 사는 나의 불성실한 태도를 많이 반성했습니다.
그동안 말귀를 못 알아먹는다고 구박을 많이 받던 옆지기가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하며 통쾌해합니다.
너를 위한 나의 마음이 먼지가 되어 날아갑니다 ㅜㅜ

* 이어지는 만남
한 시간쯤 후에 역시 20여분 거리에 사는 또 다른 선배 언니도 오셨습니다.
맘에 드는 집들이 케이크를 구하려고 빵집을 기웃거리느라 시간을 많이 지체한 특별한 언니는 이제 담달이면 집에서 밥 해 먹기 싫어서 실버 아파트엘 들어가신다는 그 과정을 반복해서 듣다 보니 어느새 저녁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밥 해 먹기 싫은 언니(사실은 저녁을 절대 안 드신다고 함)는 기사 남편을 불러 집으로 돌아가셨습니다.

* 집들이 선물
수원 사는 선배는 부자 되라고 휴지와 맛있는 피칸파이를 직접 구워 오셨습니다.
언니의 피칸파이 맛은 타의 추종으로 불허했는데 여전히 맛있습니다.

미국서 온 친구는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한 눈 영양제를 하나씩 나눠줬으면서 집들이 선물을 못 사 왔다며 점심값까지 몰래 냈습니다.

점심은 우리도 아직 못 가본 동네 유명한 ‘큰손식당’이라는 맛집엘 갔습니다.
허름한 식당이어서 무시했는데 기본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이라기에 맛으로 평가해 보자고 했습니다.

집에서 쉽게 만들어 먹는 반찬들이라 정겨웠고,
3인분씩 시킨 오삼불고기와 청국장은 줄 서있는 사람들을 생각해 빠르게 정신없이 먹었음에도 맛있습니다.
역시 줄 서는 식당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한국을 지켜준 친구는 G 마트에서 집들이 선물로 오메기떡을 한 상자 주문했다는데 친구가 도착한 날 함께 우리 집으로 배달되었습니다.
한동안 아침 식탁을 즐겁게 해줄 말로만 듣던 오메기떡도 감사~

한국 들어온 지 며칠 되지 않아 시차 적응도 채 안 된 친구가 걱정이 된 그 남편께서 문자를 계속하다가 우리도 만나고 와이프도 데리러 올 겸 겸사겸사 오셨습니다.
그리곤 손녀 돌봄을 위해 또 저녁을 드시지 않아서 떠난 분들 빼고 우리끼리 쌀국수를 먹고 헤어졌습니다.
계획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우리의 첫 집들이를 마무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