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권사님(감사 226)
여전히 정정하신 99세 권사님께서 70세 싱글 큰 딸과 보스턴에서 오래 생활하시다가,
이곳에 사는 이혼 한 둘째 딸이 67세에 은퇴를 하면서 노 모가 큰 딸과 함께 이사를 오셨습니다.
그래서 어제 67세 권사님댁에서 99세 어머니 권사님과 70세 큰 딸 권사님, 그렇게 세 권사님의 알콩달콩 인생 스토리를 나누러 친분이 있는 몇몇 다른 권사님들과 함께 방문을 했습니다.
어머님께서 몇 년 전에 착한 치매에 걸리셨는데 큰 딸은 평생을 같이 살아오셨기에 이름을 부르시지만,
둘째에게는 아침마다 당신은 누구시냐고,
아주머니는 당신 딸처럼 생겼다고 하신답니다.
당신의 둘째 딸이라고 하면 믿지 못하시고 참 많이 닮았다고만 하신답니다.
첨엔 그게 너무 슬펐는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니 이젠 편한 동거인으로 지낼 수 있게 되었답니다.
아줌마, 엄마, 언니... 부를 수 있는 여러 가지 호칭을 매일 바꿔가며 부르시지만,
그 어머니의 음성이라도 이렇게 들을 수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또 앞으로 얼마나 더 들을 수 있겠나 싶어서 날마다 감사하며 하루하루를 지낸답니다.
어머니 권사님은 차츰 기운을 잃어가시고 식사도 귀찮아하셔서 큰 언니 권사님이 때론 어린아이들에게 밥그릇 들고 따라다니며 챙기듯 하기도 한답니다.
그리고 혀의 기능 중 단 맛 외엔 잃어버리셨는지 음식이 달지 않으면 맛이 없다고 하셔서,
모든 음식엔 설탕 한 스푼을 넣어야 맛있다고 그제야 드신답니다.
아기는 태어나 부모의 헌신으로 성장하다가 노년이 되면 누군가의 도움으로 살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가 떠 오릅니다.
사람이 이 세상에 올 땐 온 사람(아기) 혼자 울며 태어나고 반면 주변은 모두 웃는답니다.
사람이 이 세상을 떠날 땐 떠나는 사람 혼자 웃고 주변은 모두 슬퍼한다고 합니다.
울고 태어나 웃고 떠나는 것이 우리의 인생입니다.
물론 울면서 떠나는 사람도 왕왕 있긴 하지만...
세 권사님들이 음식을 참 많이 준비해 주셔서 과할 정도로 많이 맛나게 먹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