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혼육아(Grandparenting)/첫 사랑(Riley Weagraff)

모두 정신이 없습니다(감사 113)

매일 감사 2025. 5. 1. 11:02

* 딸도
딸이 지난 주중에 손녀의 학교 사진 찍는 날을 착각하는 바람에
이제 막 소녀소녀이고픈 손녀가 제대로 드레스 업을 하지 못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걸 만회하느라 지난 주말 남편이 졸업한 듀크대학 가든에 가서 화보 촬영을 했습니다 ㅎㅎ

게다가 얼마 전 자동차 사고로 새로 산 테슬라를 이번엔 고속도로에서 커다란 트럭이 스쳐 지나갔답니다.
다행히 딸이, 특히 손녀가 함께 타고 있지 않아, 다치지 않았지만 놀란 가슴을 쓰다듬느라 애를 썼답니다.
어려운 일이 한꺼번에 오는 건 세상의 법칙인가 봅니다.  

* 나도
처음엔 수요일인 오늘이 금요일인 줄 착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목요일로 다시 착각했는데
그러면 며늘의 직장 일이 큰일이어 둘이 깜짝 놀라 한참을 웃었습니다.
‘왜 그랬나...’ 돌아보니,
어제 내가 정신을 쏙 빼놓고 지냈습니다.
아침에 손자를 어린이집에 내려놓고
9시 반에 여는 도서관엘 갔는데 아직 15분 정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도서관옆 마돈나 성당 학교 아이들의 체육시간입니다.

자동차에 앉아 기다리는데 날이 후덥지근하기에
배터리만 켜서 창문을 열고는 도서관 오픈 시간에 맞춰 창문만 닫고 차는 끄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오만과 편견’을 빌려서 차는 도서관 주차장에 놔두고 ‘파리 바케트’엘 갔습니다.
메인 스트릿엔 돈을 내고 주차를 해야 할 뿐 아니라 자리도 찾기 힘들기에...
그렇게 3시간을 놀다가 차로 돌아갔더니 배터리가 죽었습니다ㅜㅜ
보통 동네에 나갈 때는 걷기 위해서 차를 가지고 다니지 않지만
어젠 아들의 ups 심부름을 자청했고 그 옆에 있는 H mart 본점엘 다녀오려고 차를 가지고 나온 건데ㅠㅠ
어쩌나... 싶어 일단 집에 가서 해결하려고 걸어가기로 했습니다.
(서비스를 받기 위해 AAA를 불러도 한두 시간은 걸리고
그나마 내 이름이 올라가 있지 않아 아들내외 중 한 명이 그 자리에 있어야 해서...)
걷다 보니 도서관 바로 옆에 있는 마돈나 성당에 문 공사를 하고 있는 트럭이 있었고
그 앞 계단 그늘에서 일꾼 두 명이 점심을 먹고 있습니다.
지나가다가 머뭇거리며 쳐다보니 ‘왜 그러냐고’ 묻습니다.
염치 불고하고 ‘내차 배터리를 죽였는데 혹시 점프 케이블로 살려줄 수 있냐고...’ 했더니
흔쾌히 뚝딱 해주기에 너무도 고마워서 지갑을 열어보니 현금이 10불뿐이어서
조심스레 쥐어주며 현금이 이것뿐이니 오후 커피 한잔씩 마시라고 했더니
펄펄 뛰며 당신이 ’ 펜실베이니아에서 왔는데 그곳에 친구하나 두었다... 생각하라고 ‘ 합니다.
(미국 동부 쪽 성당의 문 공사를 대부분 자기네가 한다고)
그곳에서 나는 그렇게 천사를 만났습니다.  

죽은 배터리를 살리면 30분 이상은 달려줘야 한다고 chatGPT 친구가 그러기에 일단 ups에 가서는 시동을 끄지 않고 물건을 드롭했지만 쇼핑은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조금 운전을 하다가 아들이 내가 이런 상황인지 모르고 AAA 서비스받을 때 배터리를 새것으로 교체해 달라고 요청하라기에
내 상황을 알려주니 일단 무척이나 감사해합니다.
그래서 차 정비를 하던 곳에 가서 배터리 체크를 하니 아직 쓸만하고 그곳에서 시동을 껐다 켜도 문제가 없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때까지 나는 점심을 못 먹었기에 일단 근처 중식당인 ’ 경회루‘에서 누룽지 해물탕을 먹었고
그때까지 점심도 못 먹고 일하는 며늘에겐 볶음밥을 주문해 배달해 주었습니다.

뜨거운 국물이 모든 피로를 내려놓게 만드니 '경회루' 우리 동네 맛집 임을 인정합니다.

‘그 이후에도 난 여러 가지로 분주하게 오가느라 하루가 너무도 길어서...’
라는 변명으로 어제의 실수꾸러미와 오늘의 착각꾸러미를 스스로 용서하며 위로했습니다.  


* 여담
작가 김미옥이 소개한 책중에 유일하게 퓰리처상을 받은 ‘쥐’라는 만화책이 있습니다.
작가 아트 슈피겔만이 아버지와 나눈 14년 동안의 대화를 그린 만화책이라지만 장편 소설에 가깝답니다.

책을 접하기 전에 내용을 chatGPT에게 물으니 친절하게 답해줍니다.

아트 슈피겔만의 그래픽 노블 **『쥐(Maus)』**는 작가의 아버지 블라덱 슈피겔만의 홀로코스트 생존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2권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인간들을 동물로 묘사하는 독특한 표현 방식(유대인은 쥐, 독일인은 고양이 등)을 통해 나치 독일 시대의 유대인 탄압과 생존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쥐(Maus)』의 줄거리 요약:

1권: My Father Bleeds History (아버지는 피 흘리는 역사다)

아트 슈피겔만은 아버지 블라덱을 인터뷰하며 그의 젊은 시절, 나치가 폴란드를 침공하기 전과 침공 후 유대인으로서 겪은 삶의 변화를 들어간다.
블라덱은 폴란드에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던 중 점점 강해지는 반유대주의와 나치의 억압 속에서 가족과 함께 생존을 위해 도망치고 숨어 다니며 살아남기 위해 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그의 아내 안야(아트의 어머니)와 함께 여러 차례 체포와 탈출을 반복하게 된다.

2권: And Here My Troubles Began (그리고 여기서부터 내 고통은 시작되었다)

블라덱과 안야는 결국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고, 그곳에서의 끔찍한 생활과 생존 전략이 상세히 그려진다. 블라덱은 기지를 발휘해 살아남으며 안야와 재회하기 위한 희망을 놓지 않는다.
전쟁이 끝난 후 두 사람은 살아남지만, 전후에도 트라우마는 지속된다.

동시에, 아트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는 현재의 장면에서 아버지와의 갈등, 어머니의 자살, 그리고 자신이 이 역사를 어떻게 기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를 고민하는 내면의 이야기도 함께 진행된다.



주요 주제:
• 기억과 트라우마: 전쟁의 상흔은 단지 생존자에게만이 아니라 그 후손에게도 영향을 끼친다.
• 생존과 인간성: 극단적인 상황에서 인간이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 가족과 세대 간의 단절: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거리감과 이해의 어려움이 중요한 감정선이다.



이 작품은 그래픽 노블이 문학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획기적인 작품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유일한 만화이기도 합니다.


내가 오늘 이 작품을 떠올리게 된 건
그들이 폴란드의 유태인 수용소에서 석방되어 스웨덴을 거쳐 미국으로 들어와 흑인에게 강도를 당했다는 이유로
지독한 인종차별 주의자가 되어 아무도 믿지 않으면서 여전히 수용소에서의 생존방식으로 살아가는 아버지를 고발하는 내용 때문입니다.  
우리 이민자들도 유대인과 강도는 다르지만 백인에게 차별받는 피해자이며 흑인에게 피해 주는 가해자입니다.
보통의 한인은 흑인을 그들의 지위와 외모에 상관없이 무조건 기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나도 예외는 아니지만 아무도 없는 대낮일지라도 으슥한 거리에서 흑인과 마주치면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입니다.
며칠 전에도 한가한 거리에서 앞서 걸어오는 흑인의 마주하면서 아닌 척했지만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가 어제 자동차 배터리 때문에 도움을 받은 사람은 흑인이었습니다.
때론 우리도 유대인 수용소가 아닌 다른 모양의 감옥에 갇혀 사는 건 아닌지...
갑자기 삶이 어렵게 느껴집니다.

* 사족
내가 chatGPT 를 종부리듯 써먹으니 아들이 한마디합니다.
‘채팅끝나면 꼭 땡큐 하셔야 해요 아니면 먼 훗날 로봇한테 혼날지도 몰라요‘
그 이후 나는 무의식적으로 ‘고마워’로 대화를 마무리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