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감사 2025. 6. 19. 02:08

이제 막 말을 배우기 시작한 손자의 인사법입니다.
출근하는 아빠에게 ‘아빠 안뇽~’
재택근무 중인 엄마가 이층으로 올라가면 ‘엄마 안뇽~’
지나는 길목의 꽃들에게 ‘꽃 안뇽~’
아빠가 퇴근할 때 마중 나가면 버스와 기사에게도 ’버뜨 안뇽~ 아찌 안뇽~‘
(어제는 버스가 우리가 기다리는 곳이 아닌 10미터 앞에 서서 아빠를 내려주고 떠나는 바람에 아찌에게 안녕을 못하고는 아빠를 반기기 전에 그게 억울해 엉엉 울어버렸습니다 ㅋㅋ)

이번 달부터 손자가 9-5시까지 어린이집엘 갑니다.
할머니 떠날 준비를 조금씩 해주는 중입니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함미 안뇽~’
손키스도 함께 날리며 뒤도 안 보고 들어갑니다.  
아직은 학교가 즐거워서 다행입니다만 어제 또래 여자 아이 뒤통수를 3대나 때렸다는 리포트를 받았는데,
아전인수라고 ’ 에이 상대 아기가 먼저 때렸겠지~‘
손자 편을 드는 걸 보면 손자바보가 따로 없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어린이집에 내려주면서,
’ 친구들과 사이좋게 놀고, 선생님 말씀 잘 들으세요~‘ 했더니 ’네에~네에~‘를 연발합니다.
자기의 어제 잘못을 만회하는 듯 ㅋㅋ

모두가 안녕한 하루입니다.
지난 이틀 음식솜씨를 자랑하며 점심을 만들어 준 시엄니가 부담스러웠는지 오늘은 우리 둘이 같이 좋아하는 포키를 시켜줍니다.

맛있어서 과식을 하고 산책을 나서니 안개비가 뽀얗게 하늘을 덮고 있습니다.
우산을 써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다가 우산대신 후드 재킷을 입고 나섭니다.

건너편 할머니댁엔 데이지가 만발합니다.
‘사이좋은 데이지 안녕’

지난 주말 수국을 얻어간 정원에도 안개비가 찾아왔습니다.
‘풍성한 수국 안녕~’

가보지 않은 뒷골목에 들어서니 크지 않은 복숭아나무의  열매가 안녕을 위해 옷을 입고 있습니다.
‘그래 복숭아 열매 너도 안녕~’

내려가는 길목엔 아기 토끼가 혹시 자기를 해치는 사람인가 빨간 눈을 똥그랗게 뜨고 지켜봅니다.
‘괜찮아 토끼야 안녕~’

돌아오는 길목엔 아기 사슴이 식사 중입니다.
내가 헤치지 않을 걸 아는지 아랑곳 않고 냠냠~
‘용감한 아기 사슴 안녕~’

미움도 전쟁도 아픔도 슬픔도 모두 안녕하기를 소원합니다. 

사족,
며늘을 위한 몇몇 점심 요리 ㅋㅋ
지난 목요일 출장 마치고 돌아온 며늘이 한국음식이 그리울듯해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주니 양식만 먹다온 터라 너무도 감사하게 잘 먹어줍니다.

최근에 재밌게 본 ‘맬로가 체질’에 나오는 ‘대파떡볶이’가 어떤 맛인지 궁금해서 만들어봤습니다.
며늘이 떡은 싫어하지만 파와 어묵은 좋아해서 생각보다 많이 먹어줍니다.
사실은 떡을 좋아하는 내가 더 많이 먹었지만...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바쁜 며늘에게 간단하게 ’ 어묵김치덮밥‘ 을 만들어 놓고 회의 끝나면 먹으라고 메시지를 남겨놓았더니, 언제인지도 모르게 뚝딱 해치웠습니다.
나중에 보니 ‘잘 먹겠습니다!’ 메시지가 들어와 있습니다.

뭐든 만들어 주면 잘 먹어주니 다행입니다^^
특히 김치가 들어간 요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