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부활절에 나 홀로 뉴욕(감사 107)
* 아직 깨어나지 않은 거리
보통 주말엔 듀엣, 또는 삼총사가 움직이지만 오늘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은 날입니다.
어제저녁 늦게 뭐가 문제인지 모르지만 아들내외의 목소리 톤이 높아지고 방문 여닫는 소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귀를 막고 자긴 했지만 아들내외의 조율하는 삶에 관여하고 싶지 않아 아무도 일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무작정 집을 나섭니다.
거리는 마치 모두 휴거라도 된 듯 조용합니다.

* 별다방 로스터리의 아침
뉴저지의 기억을 잠시나마 접기 위해 뉴욕으로 떠납니다.
이른 시간이고 주일임에도 시외버스를 이용해 뉴욕으로 일하러 들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지 않고 떠나는 길이라 일단은 맛있는 커피를 마시려고 별다방 로스터리에 들어섭니다.
딸이랑 또 돌싱녀와 함께 했던 시간들을 추억하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니카라구아 산 커피에 뉴텔라 넣은 달콤한 빵으로 나의 씁쓸함을 중화합니다.

오늘 하루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를 가야 할지 정하진 않았지만 지금은 그냥 이곳이 좋습니다.
코끝에서 아른거리는 커피 향이,
한쪽 구석에서 신선하게 굽는 빵의 고소함이,
몸을 움직이게 하는 은근한 음악이,
공룡 같이 커다란 머신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이,
세계 공용어인듯한 영어 사이사이로 들려오는 낯선 언어들이 나의 마음을 다스려줍니다.

* 첼시마켓 로스 타코로 브런치
근처 첼시마켓을 그냥 지나가기 아쉬워 두 번째 아침을 먹습니다.
새로운 걸 도전하는 걸 좋아하지만
또 한 편으로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은 있나 봅니다.
음식도 옷도 매번 좋아하는 걸 선택하는 걸 보면...
다른 먹을 것도 많은 먹거리 마켓에서 오늘도 나는 역시 타코를 먹으려고 길게 늘어선 줄에 합류합니다.


메뉴도 돼지고기 타코와 선인장 타코 그리고 멕시코인들의 국민티인 하마이카를 마십니다.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 파스토르(직화 돼지고기 타코)는 여전히 맛있습니다.


한쪽구석에선 관광객들을 위한 음악회가 열리는 중입니다.
흥겨운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며 지나가는 길목이 즐겁습니다.

* 부활절 예배
성 패트릭 성당에서 부활절예배를 드리려고 갔더니,
그 성당 앞 광장에서 축제가 한창입니다.
그래서 그 인파를 피해 ’ 성 토마스(도마) 성당‘에서...
그곳도 순례자보다 여행자가 더 많긴 했지만...
익숙하지 않았지만 엄숙한 분위기에서...


* 코스프레 행진
5번가를 부분적으로 막아 다양한 코스프레로 부활절을 축하하며 서로의 눈요기가 되어주는 수많은 모델들을 바라보다가 부활절의 주인이신 우리 예수님을 어디에...










끝도 없구나...싶었는데,
가시면류관을 쓴 예수님이 짠~나타납니다.
사진작가 같은 남성이 ‘작년에도 만났는데 올해도 나와주셔서 고맙다’ 며 칭찬합니다.

* 첼시마켓에서 산 즐거운 기념품들
** 이안이 그림책
클래식도 이런 클래식이 없을 듯합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읽던 책인데,
이미 그전부터 읽혀 왔을 듯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닥터 수스’의 책을 손자를 위해 샀습니다.

** 딸아이 장바구니
장바구니에 새겨진 문구가 딸에게 주면 좋아할 것 같아 샀습니다.

** 라일리의 마음책
손녀를 위해 픽업한 책은 요술로 작은 세상을 움직이는,
아직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세상에서 대리만족하기 딱 좋은 책입니다.
사실 시니어 할머니도 여전히 내 맘대로 되는 되지 않는 일이 많긴 하지만...

** 내 거
나를 위한 건 없나... 둘러보다가 아이폰 충전하는 줄을 물어주는 거북이를 데려왔습니다.
줄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걸 방지도 해주는...

애정 담긴 기념품처럼 모두모두 행복한 하루가 되길 소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