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위싱턴디씨로 기차타고 슝~(감사 152)
- 6월 27일-7월 4일
손자의 어린이집 여름방학 기간입니다.

- 6월 26일-7월 6일
더불어 나의 여름휴가 기간입니다.
연중 제일 한가한 아들내외가 그 일정에 맞춰 휴가를 냈습니다.
이곳에서 머물 기간이 얼마 남지 않긴 했지만,
덕분에 나도 어디론가 떠날 수 있는 기간입니다.
아들내외가 급하게 뺀 휴가시즌에 멀리 떠나지 못하고 집에서 인 & 아웃을 하며 지낸답니다
그렇다면 내가 집에 머무는 시간은 모두에게 살짝 불편할 것입니다.
‘엄마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다녀오세요!’ 아들의 인심이 요구처럼 들립니다.
며늘은 시엄니에게 아들은 엄마에게 그리고 손자는 함미와 엄빠 사이에서 봐야 할 눈치에서 해방되기로 합니다.
첨엔 혼자 남미라도 다녀올까... 하고 검색을 해보니 한 가지가 충족되면 다른 한 가지가 맞지 않아 결국 포기하고,
워싱턴디시 사는 친구에게 기차타고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위싱턴디씨 친구의 집으로 기차 타고 달려가는 중입니다.
이번엔 뉴욕 아닌 워싱턴디씨의 박물관 도장 깨기를 해보려고...
미국에서 장거리 기차(Amtrak)를 처음 타는 건 아닙니다.
2019년 시카고에 이사할 집을 알아보기 위해 디트로이트에서 기차를 타고 혼자, 아니 친구와 둘이서 다녀왔으니 6년 전 일입니다.
지금보다는 짧은 구간이지만 혼자서 가는 걸 걱정반 부러움반으로 함께 동행해 준 친구와 식당칸에서 재밌게 웃다 보니 도착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뉴욕에서 워싱턴디씨로 가는 기차는 여름방학 기간도 맞물렸지만 만원입니다.
미리 샀더라면 싼 가격에 갈 수 있을 것을 비행기값보다 비싸게 가지만 3시간 반 걸리는 기차는 비행기보다 메리트가 많습니다
어차피 비행기로 가도 이런저런 과정을 모두 거치면 아마 비슷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기에...

워싱턴디씨로 떠나는 게 쉽지 않습니다.
기차 타러 뉴욕 팬스테이션으로 가는데 문자가 옵니다.
내가 예약한 기차가 백 년 만에 찾아온 더위 때문에 캔슬되었다는...

뭐지 하고 다시 들어가 보니 5일 안에 다른 기차로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어놨습니다.
사실 전날 시뮬레이션 하려고 기차역 답사를 다녀왔습니다.
여행의 시작인 기차 타는 것부터 문제가 되면 안 되니까...
집에서 기차역까지 기차 비용만큼 필요한 우버 비용을 절약하려는 의도로...
(이 부분이 늘 아들내외와 충돌 이슈입니다. 시간이 더 소중한 그들은 내가 택시대신 버스 타고 다니는 게 늘 불만입니다.)
답사 덕에 생각했던 것보다 일찍 나온 터라 더 이른 시간의 기차를 타게 되었습니다.
미리미리 나선 것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다시 예약한 기차는 살짝 이른 시간에 출발하는 기차이기 때문입니다.
6년 전 기차 타면서 기차 앱을 설치했었는데,
그 앱으로 예약한 덕분에 빠르게 다른 기차를 예약할 수 있었습니다.
앱 없이 창구에서 캔슬된 기차를 바꾸려고 줄을 섰다가는 이렇게 미리 떠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그렇게 무사히 기차를 탔고 지금은 뉴저지 어느 역을 지나고 있습니다.
아들왈 ‘뉴저지를 거쳐가는데 굳이 뉴욕으로 가신 이유가 있어요?‘
나의 대답은 한결같이 ’ 뉴저지보다 익숙한 뉴욕이 좋아서~‘
비록 시간과 금액을 더 소비하긴 했지만 그런 의미에서 나는 뉴욕을 좋아하는 거 맞습니다.
기차가 출발하자 검표원이 나타나 모두의 표를 검사합니다.
그리곤 좌석 위에 인덱스카드를 한 장씩 끼어 넣습니다.
여전히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겠으나,
이 참에 한국의 기차 시스템을 더 그리워 봅니다.

옆좌석에 혼자 가시는 할머니의 끊임없는 웅얼거림이 살짝 거슬릴 즈음 기차는 펜실베니아 역에 정차합니다.
그곳에서 탄 4명의 중국인 가족이 자리를 잡느라 커다란 이민가방을 덥석 덥석 의자에 올려놓는 모습에 이번엔 미간도 찌푸려봅니다.
케리온 끌고 다니기 조차 귀찮아 커다란 백팩을 메고 다니는데...
하긴 나야 일주일이지만 오랜 기간을 여행하려면 큰 가방이 필요하기도 하겠지만,
여행이 간편해야 수월하기에 짐을 줄이며 다니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참, 처음 자리를 잡을 때 이미 창가 쪽은 자리가 모두 잡혀 있는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복도 쪽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 칸을 이동해도 마찮가기이기에 그냥 동석을 하기로 합니다.
지금 내 옆자리 할머니가 짐을 옆좌석에 올려놨기에 무시하고 지나 가는데 내 뒤 젊은 흑인 남자가 그 자리를 요구합니다.
바로 뒷좌석에 흑인 중년 남자가 앉았있던 터라 그 청년에게 자리를 바꾸자고 제안을 했더니 웃으며 바꿔줬는데,
그 고마움으로 몇 정거장 안가 창가 남자가 내리면서 그 청년은 안쪽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비행기에서는 복도 쪽을 선호하지만 기차는 콘센트가 안쪽 창가에 있기에 모두들 창가를 선호하는 모양입니다.
나도 조만간 옆자리 웅얼 할머니에게 요청을 해 전화기를 충전해야 합니다.
뉴저지 집이 멀어지는 만큼 친구에게로 가까이 다가갑니다.
사족,
내가 워싱턴디씨에 머무는 동안 일기가 도와주질 않을 예정니다.
내내 덥고 비 오고...
짐을 줄인다는 이유로 늘 들고 다니던 우산 겸 양산을 빼놓고 왔는데...

내 맘같이 여유로운 이노무 기차는 지 맘대로 캔슬하고 지 맘대로 딜레이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중한 여행입니다.
후기,
워싱턴디씨 유니언 스테이션에 도착했습니다.
일단 넓고 깨끗해서 좋습니다.

답답하고 꼬질꼬질한 뉴욕과는 다르게 지하철이 넓고 깨끗하고 웅장하기까지 합니다.
같은 미국 다른 느낌입니다^^
